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유근윤·전연주 기자]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정부의 첫 인선이 참사로 기록될 기로에 섰다. 국무위원 후보들마다 '아빠 찬스'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현 정부를 패망케 했던 '조국 사태' 전철을 되밟는다는 지적이다. 장관 후보자들 면면을 보면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 등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병역·취업 등에서 혜택을 본 '아빠 찬스' 의혹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는 곧 2030이 현 정부에 등을 돌렸던 '불공정'과 꼭 닮았다.
'아빠 찬스' 의혹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다. 정 후보자의 딸은 정 후보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부원장)이던 2016년 경북대 의과대학에 학사 편입했고, 아들은 정 후보자가 원장이던 2017년에 경북대 의과대학 학사 편입 특별전형에 합격했다. 여기에다 두 자녀가 정 후보자가 재직 중인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해 스펙을 쌓았고, 아들은 논문 공저자에 이름을 올리는 등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더해졌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불법은 물론 도덕적, 윤리적으로 어떠한 부당한 행위도 없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조국 시즌2'라며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 후보자의 경우 아들 병역 비리 의혹도 불거졌다. 정 후보자의 아들은 2010년 신체검사에서 2급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2015년 재검사에서 추간판 탈출증 판정을 받아 4급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다. 이 과정에서 정 후보자의 아들이 경북대병원 재검을 통해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후보자 측의 '셀프 재검'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완전히 씻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정 후보자를 낙마 1순위로 설정, 윤석열 당선인에게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는 딸이 1억원 상당의 장학금 지원을 받는 데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가 2012년에서 2015년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을 맡은 시기에 자녀들이 장학금을 받는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또 가족 구성원 모두 한미교육위원단이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1996년에서 1997년, 배우자는 2004년부터 2005년, 딸은 2014년부터 2016년, 아들은 2016년에서 2018년까지 풀브라이트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 측은 27일 "후보자가 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이라는 이유만으로 후보자 가족이 수혜자로 선발된 과정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의혹 부풀리기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의 딸은 고등학교 2학년 당시 이 후보자가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로 재직하던 법무법인 율촌에서 인턴으로 일한 것이 확인됐다. 이 후보자 측은 "근로계약에 기반한 인턴이나 근무가 아닌, 학교가 운영하는 체험학습"이라고 해명했다. 또 아들은 이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근무한 ENF테크놀로지의 관계사인 KC&A에 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회사와 아들이 취업한 회사는 별개 회사이며, 사외이사는 해당 기업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새 정부에서도 아빠 찬스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는 것은 한국사회 기득권층에서 얼마나 이런 것들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이 문제를 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에 대한 잣대와 자신에 대한 잣대가 다르다면 기득권층의 행태를 근절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내각 인선과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의 문제 제기를 무시했을 때 공정과 상식 등 앞선 모든 정부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도 무너져 내렸다. 현 정권에서도 국민들로부터 부적격 판단을 받은 인사들에 대한 임명을 강행하면서 '공정' 화두가 재등장했다. 조국 사례가 대표적"이라며 "이번에는 윤석열정부가 똑같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빠 찬스와 같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직자 임명 과정에서부터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인식과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승수 대표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제도를 고쳐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최소한 이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공직에 나가서는 안 되고,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묻는다는 게 정착이 되면 이러한 일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유근윤·전연주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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