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찰이 정부여당에서 강행 추진 중인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검수완박)'에 대해 "결국 힘세고 많이 가진 사람들만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재차 분명히 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검찰 수사권을 가진) 6대 중대범죄는 국정농단 사건, 특정 재벌 기업들에 대한 사건으로 검찰 수사권을 폐지하면 중대범죄에 대한 대응 자체가 무력해진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지검장은 검찰 내 개혁론자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전날 전국 지검장회의 대표격으로 이날 인터뷰에 응했다.
김 지검장은 "검찰 개혁 문제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한 마음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안도 추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원인이 저희들한테 있는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다만 "검찰이 기소권만 갖는다면 경찰이 수사해놓은 자료만 가지고 재판을 하거나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유죄를 받을 수 있는 사건도 검사가 경찰의 보완수사 요구도 못하게 돼 피해자의 고통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 피해자는 곧 국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1년 전 개선된 제도(검·경 수사권 조정) 부분도 실제 운영을 해보니 문제점들이 꽤 많이 있다. 변호사들의 67%가 수사 지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이런 여러 문제점을 제대로 해결하기도 전에 아예 법을 뒤집는 지금 형태의 법안(검수완박)이 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현재 수사는 경찰과 검찰이 서로 협력·보완 관계에 있지만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사라진다"면서 "'가평계곡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도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데, 보완수사요구 자체를 못하게 그런 사건을 발굴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하면서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게 남은 6대 범죄 수사와 관련해 "불요불급한 수사가 많다"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지검장은 "그런 부분들이 있을 수 있고, 검찰제도가 존재하는 한 경계하고 반성해 될 부분이지만 '불요불급한 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검찰의 6대 범죄 수사는 국정농단 사건, 대형재난 사건, 재벌사건 들이고, 미국이나 일본, 독일 검사들도 대형 경제범죄들에 대한 수사를 직접 한다"면서 "대형 경제범죄들은 수백명의 증인과 아주 오랫동안 재판을 거쳐야 하고 엄청난 수의 변호사들과 검찰이 공판장에서 싸움을 해야 하는데, 까다로운 주가조작이나 재벌비리들을 경찰 수사기록만 보고 검사가 공소유지를 하기는 지금의 공판 현실에서 불가능 하다. 경찰과 검찰이 서로 도와 같이해도 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수사들은 이제 구멍이 뚤릴 가능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이 "검찰의 6대 범죄 수사권을 박탈하면 수사권이 경찰로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하고, 결과적으로 국가 수사 총량이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위험한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김 지검장은 "수사라는 것이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한 활동인데 그 활동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국가는 범죄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지 수사의 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말의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동안 검찰이 권력의 신하처럼 정치보복 수사를 해오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문제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와 검찰개혁이 시작됐고 법이 통과된 것"이라면서 "검찰개혁은 일상에서 끊임 없이 이뤄져야 하고 이 부분에 대해 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 몇가지 무리한 수사 때문에 검찰 수사 기능 전체를 박탈한다는 것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면서 "그런 비판도 받지만 역으로 검찰에게 수사권이 있었기 때문에 국정농단 수사 같은 국민의 박수를 받는 수사도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지검장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징역형 구형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에 대한 발빠른 수사 등을 두고 '새정권 입맛 맞추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국민들 보시기에 왜 저 수사는 빠르고 저 수사는 느리느냐 하는 비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검찰 수사는 많은 검사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지휘를 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특히 "통상 구형은 기소할 때 정해지는데, 제가 확인해보니 유 전 이사장에 대한 구형은 기소시인 2021년 5월3일 정해졌다. 지금 새 대통령이 정해지기 훨씬 전이고, 당선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기 전"이라면서 "구형량은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만 알고, 공표는 구형 시점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지검장은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장들의 '직을 걸겠다'는 입장은 검사들의 집단 사표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대해 "집단 행동처럼 보여지는 측면에 대해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문제는 검찰제도의 본질하고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집단 사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동요는 불가피해보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해 최대한 국회와 소통하겠다"면서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여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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