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전부터 갈등이다. 국민통합을 주도해야 할 신구 권력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진영 대결도 보다 심화되는 흐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만남도 기약이 없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간 물밑 채널이 가동 중이나 의제 조율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무엇보다 MB 사면과 한국은행, 감사원 등의 인사를 놓고 니 편 내 편을 따지면서 합의점을 찾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에 청와대가 안보공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갈등은 충돌로 비화됐다. 이대로라면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은 역대 가장 늦은 시점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의미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표됐다. 22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 10명 6명(58.1%)이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했다. 찬성은 33.1%에 그쳤다. 그 스스로 언급했듯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겠다면서 제왕적 결정을 내렸다. 당초 공약한 광화문 시대를 "재앙"으로 규정하며 뒤집고, 국민적 합의 과정을 생략한 채 용산 국방부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데 따른 질타로 받아들여졌다.
MB 사면에 대해서도 국민 절반이 넘는 53.2%가 반대했다. 찬성은 38.2%에 그쳤다. MB 사면은 검사 출신의 윤 당선인이 그토록 강조했던 법치와 공정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 당선인 주위에 포진한 과거 친이계의 짙은 그림자는 왜 이토록 윤 당선인이 MB 사면을 고집하는가에 대한 해답이 되고 있다. 4대강 보 사업마저 계승하겠다던 그였기에, 실패한 정부로 평가된 'MB정부 시즌 2' 전철을 밟을까 벌써부터 염려들이 쏟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과거 DJ가 YS에게 요청한 사면 제안을 선례로 들고 있지만, 이는 군사독재 피해자인 DJ가 국민통합 차원에서 '용서'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사정이 다르다.
국민이 반대하는 MB 사면을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역설적인 모순과 함께 결자해지 차원이라는 이유도 타당성이 없다. 현 정부에서 적폐청산 공로로 검찰총장에까지 올랐던 이가 윤 당선인이다.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이를 "보수 궤멸"로 규정했다. 실제 그의 칼에 MB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모두 쓰러지지 않았던가. 때문에 진정한 결자해지를 원한다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사면권을 행사하면 된다. 같은 선상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또한 취임 이후 추진하면 될 일이다. 현 청와대에 이를 압박할 권리도, 이유도 없다.
정권 교체기, 이토록 갈등으로 대치 정국을 이어갔던 적은 없다. 특히 이번 대선은 0.73%포인트(24만여표)라는 역대 최소 격차로 승패가 갈렸다. 패자의 아픔이 아직 아물지 않은 상황에서 벌써부터 점령군 행세를 하다가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잃을 수도 있다. 치열했던 이번 대선은 양측 모두에게 교훈을 줬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자, 새정부에는 절반의 승리만 안기면서 겸손하라는 국민의 메시지였다.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문은 새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다만 양측 모두 만남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입장이어서 다행이다. 윤 당선인에게 바란다. 고집을 버려야 한다. 정부 인수인계를 위해 요구할 것은 명확하게 요구하되 상대에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사안을 국민통합이란 이름으로 요구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진정한 국민통합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것이 화합의 시작이다. 서로는 적이 아니다.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끝으로 새정부의 앞날에 건승을 기원한다.
임유진 국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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