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야근 폐지에…중견 제조업계 '눈치보기'
"월급 줄어든다"…현장 노동자들 반발하기도
쿠쿠·코웨이, 이미 '주간 전환'…선제 대응 기업 주목
한솔제지 사고 이후 경각심 고조…제지업계 '긴장'
정책 방향은 찬성…"중소기업 현실 반영한 유연성 필요"
2025-07-29 15:35:39 2025-07-29 17:51:34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SPC그룹이 8시간을 초과하는 야간 근무를 전면 폐지하기로 하면서 중견·중소 제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장시간 야근 관행에 제동이 걸리자 기업들은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고, 노동 현장에선 임금 감소에 대한 반발이 이는 등 혼선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적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하도급 구조와 초과근무 수요가 많은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유연한 정책 설계를 주문했습니다. 
 
SPC는 오는 10월1일부터 생산직 노동자의 야간 근무를 8시간 이하로 제한하고 불필요한 야간 생산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생산 품목과 라인 조정, 인력 재배치 및 충원, 공정 전환 등 공장 운영 전반의 혁신에 착수합니다. 
 
이번 조치는 반복된 공장 내 사망 사고 이후 SPC 측이 이재명 대통령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질책을 받은 직후 나왔습니다. SPC가 전향적 조치를 취하기로 하면서 향후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가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하지만 현장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생산직 노동자들 사이에선 "야간 수당이 빠지면 사실상 월급 삭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자발적으로 야근을 선택했던 권리가 박탈될 수 있다"면서 "SPC 사고의 본질은 야근이 아니라 안전관리 부실"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제지업계도 긴장…유한킴벌리 모범 사례 부각
 
SPC의 결정은 유사한 교대 근무 체계를 운영 중인 제지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한솔제지(213500), 무림그룹(무림페이퍼(009200)·무림P&P(009580), 무림SP(001810)), 깨끗한나라(004540) 등은 현재 '4조 3교대'와 같은 전통적인 야간 교대 근무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한솔제지에서 신입사원이 교대 근무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이슈가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한킴벌리는 1998년부터 '4조 2교대'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은 주간 12시간 4일 근무 후 4일 휴무, 이어 야간 12시간 4일 근무 후 다시 4일 휴무를 반복합니다. 특히 8일의 휴무 중 하루는 자기계발이나 평생학습에 활용하도록 장려하고 있어 지식 기반 제조 인력 양성과 일·생활 균형을 동시에 실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지업 종사자들 사이에선 유한킴벌리를 '신의 직장'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중견 가전업체들 가운데는 이미 주간 근무 체계를 정착시킨 사례도 있습니다. 쿠쿠는 생산라인에서 야근이 발생하지 않으며 일부 사무직군에서만 제한적인 초과근무가 이뤄집니다. 이마저도 근로시간 보고를 통해 자동으로 수당이 지급되고 주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통제됩니다. 코웨이(021240) 역시 생산직은 전면 주간 근무만을 운영 중이며 수요 예측과 라인 조정을 통해 야간 교대근무 없이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체계를 확립한 바 있습니다. 
 
"노동 유연화, 업종별 접근 필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일부 수용한 이번 SPC의 발표는 제조업 전반의 노동환경 재편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생산성과 안전 확보, 노동자 생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중소기업정책연구실장은 "노사가 협력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일·생활 균형과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중소기업의 절반가량이 하도급 기업이고, 초과근로에 대한 실질 수요가 높은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은 맞지만, 이를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잣대로 적용하기보단 현장의 다양한 여건을 반영한 유연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SPC삼립 본사 등을 압수수색 중인 지난달 17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 물류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지난 5월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 A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지는 사고에 관한 조치다. (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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