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신태현 기자] 인텔이 800억유로(110조원) 투자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파운드리 시장 패권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의 '2강' 체제로 유지돼온 바 있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인텔의 투자가 유럽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향후 TSMC와
삼성전자(005930)의 현지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가 유럽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지 않아서다. 따라서 인텔이 유럽을 기반으로 성장해 파운드리 시장이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향후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연구·개발을 위해 800억 유로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인텔은 우선 유럽 전역에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포괄적인 전진기지 구축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사옥 전경. (사진=연합뉴스)
먼저 독일 마그데부르크에는 170억 유로(약 23조원)를 들여 반도체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2027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또 아일랜드 레익슬립 공장에는 120억 유로(약 16조원)를 투자해 기존 시설을 2배로 확장한다.
R&D 시설도 확충한다. 프랑스에는 연구·개발 허브, 이탈리아에는 포장 및 조립 등 후공정 시설을 각각 건설한다. 폴란드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는 연구소를 50% 확장하고 스페인에는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와 협력해 공동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인텔의 이같은 행보는 반도체 자급 능력이 부족한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공급망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유럽 국가들은 대만과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편중돼있는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데 공을 들여왔다.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은 현재 전세계 총 생산량의 10% 수준에 그친다.
EU도 유럽 내 반도체 생산량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반도체법을 제정하면서 생산 거점 유치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EU는 유럽 내 공공과 민간 부문이 합작해 430억 유로(약 59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내비쳤다.
따라서 이번 투자로 인텔은 유럽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EU는 파운드리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양쪽의 전략적 의도가 서로 맞아떨어진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텔의 대대적인 투자 발표로 인해 EU는 반도체 법안 통과를 속도감있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인텔과 EU 모두 윈-윈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럽에 생산거점을 마련할 경우 반도체 첨단 공정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신속하게 공급받아 공정 가동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7나노 이하 선단공정을 위해선 EUV 장비가 필수다. 이 장비는 네델란드 ASML이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인텔의 공격적 투자로 기존 TSMC와 삼성전자의 2강체제가 3강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인텔이 유럽을 생산거점으로 정하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파운드리 시장은 TSMC, 삼성전자 그리고 인텔의 3강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 속에 삼성전자가 점유율 차이를 좁히며 추격해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18.3%로, 전분기(17.2%) 대비 1.1%p 확대됐다. 반면 TSMC는 같은 기간 1.0%p 줄어 52.1%를 기록했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지난해 3분기 36.0%p에서 4분기 33.8%p로 좁혀졌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 2019년 3분기부터 매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해 오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할 전망이다.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1321억 달러(160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전년(1101억 달러) 대비 약 20% 성장한 수치다.
조재훈·신태현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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