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출금리 내리는 가장 쉬운법
2022-02-16 06:00:00 2022-02-23 09:32:42
김의중 금융부장
최근 대출금리가 무섭게 상승 중이다. 
 
경제성장률부터 먼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2020년 3월 어두운 성장전망을 토대로 제로금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4%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 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정부는 견조한 수출과 민간소비 회복 등을 배경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4%라는 숫자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2020년 성장률이 -0.9%로 뒷걸음질 치면서 기저효과를 받았다.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착시가 작용했다는 의미다. 
 
정부가 50조원의 추경을 편성하며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린 영향도 있다. 작년 1~3분기 민간의 성장률 기여도 컸지만, 4분기는 달랐다. 정부가 0.7%p로 민간 0.5%p를 앞질렀다. 정부의 돈 풀기 영향이다.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4분기 국내총소득(GDI)은 오히려 0.5% 감소했다. 
 
올해도 낙관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3%를 제시했는데,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 우려, 미국의 긴축 행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강대국 간의 분쟁, 대통령 선거 등 변수가 많아서다. 국제유가는 8년 만에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덩달아 물가도 고공행진이다. 
 
이런 연유로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은 2.7~2.8%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하향조정 목소리도 나온다. 
 
다시 대출금리 얘기로 돌아와 보자. 한은은 3% 성장률 전망과 더불어 올해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에 호응하듯 이달 들어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고 5.21%까지 취급했다. 주담대는 말 그대로 담보물이 있는데다 한도액 규제가 심해 부실우려는 거의 없다. 그런데도 금리가 5%를 넘었다. 개인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은행별 최대 7.45%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아닌 은행의 자체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억제와는 무관하다. 수익증대 측면이 크다. 정부의 대출규제를 빌미로 우대금리를 내리고 가산금리를 더함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작년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4조원 늘어난 32조원을 기록했다. 은행 임직원 성과급 잔치는 덤이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명확한 금리 산출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내가 받은 대출 금리가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아무도 근거를 모른다. 그런 상태로 연내 주담대 금리는 7%대, 신용대출은 9%대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대부분 가정에 빚이 있는 현실에서 삶의 질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부는 연체자가 될 게 자명하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 비춰볼 때 이게 과연 정상적인 금리일까. 
 
관련해서 금융당국은 실효성 있는 조치를 단 한 차례도 내놓은 적이 없다. 최근 예대금리차 확대 비판이 일자 금융감독원이 책임회피성으로 사후감독에 나선 게 전부다. 직무유기다. 이자산출 근거는 소비자의 당연한 알권리다. 그런데도 비공개를 당연시하는 건 비정상이다.
 
투명한 금리산정은 은행의 폭리를 막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자연스레 이자는 내려가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 확신한다. 소비자의 신뢰 회복은 물론 사후감독의 필요성도 사라진다. 금융위원회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은행의 뻔한 반발은 감수하고 법 개정을 통해 금융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금융위의 역할이자 존재 이유다. 
 
김의중 금융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