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한 달 남은 대선의 열쇠는 2030이 쥐고있다고들 입을 모은다. 부동층이 타 연령대에 비해 많고, 지지 변동이 빠르며, 뭣보다 인터넷공간을 바탕으로 집단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최근자료(2022년 1월말 현재)를 찾아봤다. 전체 유권자(잠정치) 4415만4865명 중 18~29세는 17%, 30대는 15%로 32%다. 반면 60세이상은 29%. 고령사회로의 진행속도가 워낙 빠르기에 60세 이상이 월등히 많을 것으로 짐작들 하지만, 2030이 137만명 가량 많다. 40대는 19%, 50대가 863만5211명(20%)으로 전체 유권자의 20%를 차지하며 10진법 구분 연령대로는 가장 많다.
문제는 투표율. 직전 대선인 2017년 촛불대선(문재인 후보 당선) 투표율은 77.2%인데, 당시 19세 유권자 투표율은 77.7%이고, 20대 76.1%, 30대 74.2%, 60세 이상은 79.1%였다. 이보다 10년 전인 2007년 대선(이명박 후보 당선) 투표율은 63%였는데, 19세 54.2%, 20대 46.6%, 30대 55.1%인 반면 60세 이상은 76.3%였다. 이렇듯 10년 새 두 번의 대선에서 가장 큰 차이는 젊은층 투표율이다. 60세이상 투표율은 70%대 후반으로 비슷하나 2030 투표율은 현격하게 상승했다. 젊은층의 투표율 상승은 '세대 간 대결양상'의 결과이자 원인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쨌거나 높은 투표율은 선거민주주의 핵심이자 바람직한 현상임은 물론이다. 아울러 '60세 이상 유권자는 보수적'이라는 시각 역시 인구추계변화를 간과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행안부 통계를 다시 보자. 60대는 모두 716만4712명(전체 유권자의 16%)인데, 이중 60~64세는 이른바 베이비 부머세대이자, 사회참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한 연령층이다. 학생운동의 사회과학적 정련화과정이 시작됐고, 1987년 민주화투쟁을 최전선에서 이끈 세대이기도 하다. 그들의 이념적 지향성이 아직도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며 합리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60세 이상=보수'라는 기존 인식은 수정이 필요하다.
통계 숫자를 바탕에 깔고 2030을 살펴보자. 이대남(20대 남성)-이대녀(20대 여성)의 차이와 갈등을 이렇게 응축할 수 있다. "이대녀는 불안, 이대남은 불만". 불안은 약자의 특징이고, 불만은 기존 체제 강자들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강자는 자신의 지위가 흔들리면 불만스러워하게 된다. 약해지는 기미가 보이면 집착하게 되고, 기존 질서·권위가 흔들리는 것을 불편해하며, 더 많이 그러쥐려 하는 게 기득권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말 국민 2014명을 상대로 외교안보·경제·사회 등 14개 정책에 대해 실시한 조사 결과는 2030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이대남은 가장 보수적이라는 60대이상보다 보수적이었고, 이대녀는 가장 진보적인 40대에 버금갈 정도로 진보적이었다. 동일 연령대 중 이런 성별 차이는 타 연령대에선 없었다. 당시 보도를 보자. "0을 가장 진보, 10을 가장 보수로 봤을 때, 세대별 평균은 40대(4.49)-50대(4.64)-30대(5.23)-20대(18~29세, 5.26)-60대이상(5.6)의 분포였다. 이대남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보수적인 5.87인 반면 이대녀는 4.6으로 40대 남(4.40)·여(4.58), 50대 남자(4.54) 다음으로 진보적이었다. 이대남 중 자신을 보수라고 답한 비율도 38.9%로 60세 이상 남성(40.6%), 60세 이상 여성(39.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반면 이대녀의 보수 비율은 22.3%에 그쳤고, 중도(43.9%)라는 답변이 50대 여성(44.3%) 다음으로 많았다"
2030, 특히 20대는 '동일선상 출발-동일조건 경쟁'이라는 '공정'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대이다. 여기에 페미니즘논쟁을 거치며 남녀 간 가해-피해의식이 작동됐는데 생산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채 내연중이다. 동일 연령대 내의 성별 갈등을 통합해내지 못하는 한 갈등은 심화될 위험성이 상당하다. 남녀 갈라치기를 통한 득표전략이 국민통합 차원에서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정치의 궁극 목표는 경쟁을 통한 합의와 통합임을 재론하는 게 유감이다. 선거가 분열을 조장해서야 어찌 민주주의라 하겠는가.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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