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초대석)"간토대진재는 명백한 민족 대학살"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인터뷰
조선인 최소 5천명 사망…일본은 "233명" 발표
한국보다 일본이 진상규명에 더 적극적
"100년 흘러도 진실 묻혀서는 안 돼"
2022-01-11 06:00:00 2022-01-11 15:07:3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간토대진재'에 관한 정확한 희생자 규모 파악이나 진상 규명에 관해 한국 정부의 행보는 더디기만 하다. 1923년 조소앙 선생이 일본 정부에 보낸 항의 공문을 보낸 것을 제외하면 한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일본 정부에게 진상 공개를 요구한 적도, 사과를 요구한 적도 없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하고 100년 가까이 흐른 현재에도, 진실을 규명하고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위해 꾸준히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시민모임 독립은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간토대진재 사건이 발생한지 올해 99주년, 내년 100주년을 앞두고 '시민모임 독립'의 이만열 이사장을 만나, 정부와 국민이 힘을 보태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간토대진재는 오늘날 우리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
 
독일이 유대인을 대학살했던 ‘제노사이드’와 같은 식민지 시대의 아픔으로, 우리 국민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1948년 유엔은 인종이나 이념이 다른 특정 집단의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제노사이드 범죄로 규정하는 국제 협약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일본의 난징 대학살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제노사이드 범죄로 규정됐다. 간토대진재 사건 또한 일본이 조선인을 무차별로 학살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제노사이드 범죄다.
 
간토대진재가 일어났던 1923년은 당시 일본이 한국을 강점했던 시기로, 3·1운동이 일어난 지 4년이 되던 해다. 당시 사는게 힘든 한국인들은 학업이나 노동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도쿄와 그 근처 지역에 살았던 한국인들이 약 3만명으로 추산되는데, 당시 간토대진재로 인한 희생자는 6000천여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우리나라의 간토대진재 사건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로 한국인 희생자에 대한 정확한 숫자 파악이나 사과가 없었다.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외무총장인 조소앙 선생이 정부의 이름으로 공식적인 항의를 해 일본 거류민들을 대상으로 사상자 조사를 시켰다. 그 결과 6661명의 숫자가 나와 당시 임정 기관지인 독립신문에 게재된 사실이 있다.
 
도쿄 천도교 청년회와 YMCA가 조직한 이재동포위문반이 집계한 조선인 희생자 수도 5000여명에 달했다. 과거 일본 정부의 경시청(일본 도쿄도를 관할하는 경찰 본부) 같은 곳에서는 조선인 희생자 수를 233명으로 축소해 발표했으니, 정확한 집계라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에 대해 무책임한 한국 정부와 달리 진상조사와 사죄 요구를 오히려 일본 쪽에서 제기하고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는 꾸준히 일본 정부에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본 민간 단체에서도 매해 9월1일 희생자들을 추도식을 진행하고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모임이 지역적으로 있다. 일본 중앙방재회의에서는 2006년부터 간토대진재의 발생과정이나 그 피해에 관한 통계 보고서를 간행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히 간토대진재 사건의 진상규명에 나선 이유는.
 
역사 공부를 하는 사람으로서 마땅이 이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간토대진재에 관심을 갖고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당장 1년 후에 간토대진재 100주년이 다가오지만, 정부와 국회, 학회까지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래서 ‘시민모임 독립’이 진상 규명을 위한 입법을 하도록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일본 시민단체와도 제휴해 진상 규명을 하려고 한다. 목적은 일본의 죄를 묻고 비난하고 보상을 바라는게 아니다. 1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도 아픈 역사에 대한 진실은 묻혀서는 안된다. 일본이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를 한다면, 서로 화해하고 용서로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이번 대선 후보들은 ‘역사 바로잡기’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다. 어떻게 보나.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에게 국가추모일 지정 문제,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서를 발송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사건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답을 보내왔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는 아직 답이 없다. 우리가 보낸 질문은 그 정당의 역사의식과 대일의식을 알아볼 수 있는 중요한 하나의 시금석(어떤 사물의 가치나 사람의 능력 등을 평가하는 데 기준이 될 만한 사물을 비유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제19대 국회에서 ‘간토대지진 조선인학살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 여야 의원 103명 명의로 발의됐다가 회기가 만료하면 자동 폐기된 바 있다. 이에 시민사회는 작년 7월26일 사건의 진상 규명과 추모 사업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에 9월14일 60명의 여야 국회의원은 사건이 발생한 9월1일을 국가추모일로 지정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일의 진행이 더뎌지면서 시민사회는 작년 10월19일 특별법 제정 청원에 나서겠다고 2차 성명을 냈다. 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 이와 관련한 청원운동이 진행 중이다.
 
국민들이 특별법 제정 청원 운동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서 간토대진재를 검색하면 ‘1923년 간토대진재 조선인 학살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에 관한 청원’이 있는데 거기에 서명을 하면 된다. 또 ‘시민모임 독립’의 홈페이지이자 제 페이스북에서도 청원에 관한 내용이 올라와 있다.
 
시민모임 독립의 이만열 이사장이 10일 서울 마포구 이토마토 사옥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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