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수년 만에 오를 것이라는 소식에 국민들의 시름도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실내 활동이 대폭 증가한 상황에서 생활 전반에 걸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공요금의 인상은 국민들의 압박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공공재 인상에 따른 보편적 우려를 넘어 정치적 노림수라는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은 내년 4월과 10월 전기료를 약 10.6% 인상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한국가스공사는 내년 5월, 7월, 10월 세 차례에 걸쳐 16.2%를 올리기로 했다.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의 동결 기간이 예상보다 길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 정부가 최근 입장자료를 내며 "2022년도 전기·가스요금 조정 시기는 코로나19 상황, 물가 등을 고려해 급격한 국민 부담 증가를 방지하고자 분산 반영한 것"이라고 밝힌 점도 나름의 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금 인상 시기가 매우 좋지 않다. 전기·가스요금은 물가를 구성하는 상품·서비스의 토대를 이룬다는 점에서 이들 품목의 요금 인상은 곧 물가 전반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해 10년 만에 소비자물가가 최고치를 기록했고,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잿값 상승,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조기 종료, 기준금리 인상 등 물가 고공행진이 지속될법한 악재들로 둘러싸여 있을 만큼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전기와 가스를 신호탄으로 지하철, 시내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요금은 물론 상하수도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 인상까지 연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예고된 인상이라곤 하지만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워낙 약하다 보니 공공요금의 인상의 후폭풍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단행되는 시점이다. 이들 공공요금은 모두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직후인 4월부터 인상된다. 정권이 교체된 직후 오른다는 점에서 공교롭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공공요금이 인상돼야 한다는 지적은 작년 내내 제기됐다. 공공요금의 동결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부채도 늘어나고 이는 다시금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 정권의 공공요금 동결 약속은 지켜지게 됐다. 하지만 요금 인상은 경제적 파장, 공공요금 미수금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올해가 아닌 그나마 상황이 양호했던 작년이나 재작년에 이뤄졌어야 했다.
이번 조치는 현 정부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는 그릇된 경제 철학의 단면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부채 건전성 확보에 대한 노력 없이 피상적인 지원 방안을 이어온 주체는 정부일지 몰라도, 이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계층은 결국 국민들이다.
김충범 경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