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깜방 대표님."
한 기업의 최고안전책임자(CSO)로 선임된 임원이 지인에게 들은 인사말이다. 내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CSO를 새우거나 안전관리 담당 임원의 직급을 높이는 판국을 속되게 표현한 것이다. 인사말을 건넨 사람이나 CSO를 맡게 된 사람 모두 씁쓸한 게 현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대재해를 끊어내기 위해서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안전관리에 만전을 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기업들은 사후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물론 기업들은 안전조직을 강화하거나 안전에 관한 예산을 늘리며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사고 예방 노력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을 피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 임원은 "아무리 안전 관리 인력을 늘리고 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생산현장"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대재해법 시행 취지가 무색해진다. 특히 시행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적 모호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처벌을 받는 경영책임자의 의미와 범위, 법상 의무사항 등이 명확하지 않다. 정부가 9월 시행령을 내놓고 추가로 해설서까지 만들었지만 불명확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취지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근로자의 부주의로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면책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간 논의를 통해 안전수칙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했을 때는 처벌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사의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50~99인 기업은 무려 60.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해당 법안을 대비한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리한 법 시행에 따른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법 시행과 관련해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함께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다.
최유라 산업1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