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
’란 말
.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
’에 나온다
. 홍어 수컷 생식기엔 가시가 있다
. 어부는 수컷을 잡으면 곧바로 생식기를 잘라버린다
. 가시 달린 홍어 거시기는 생식 외엔 쓸모가 없다
. 요즘 정부가 영화산업
, 특히 이 산업 가장 중심인
‘상영업
’을
‘홍어 거시기
’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 뭣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럼에도 아는 척은 해야겠으니 사사건건 알파벳
‘K’하나 끌어와
‘K-콘텐츠
’랍시고 호들갑인데 정작 대우는 홍어 거시기 대하듯 한다
.
‘코로나19’ 유입 이후 현재까지 국내 누적 확진자는 60만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영화관을 통한 감염 전파는 단 한 건도 없다. 영화관은 다중이용시설이다. 하지만 영화 상영 중 대화를 나누진 않는다. 상영 도중 음식 섭취도 금지된 상태다. 마스크를 벗을 일이 없다. 비말이 아닌 손 등을 이용한 나머지 전파 가능성조차 영화관의 방역 소독으로 원천 봉쇄. 거리두기도 철저하다. 좌석까지 띄어 앉는다. 확진자와 영화관에 방문, 상영관이나 로비에서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마주보며 침을 튀기고 대화 하기 전엔 감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지난 18일 0시부터 2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해제돼 정상화를 준비하던 영화관은 이전보다 더 큰 날벼락을 맞았다. 연말 성수기 개봉 예정이던 한국영화들이 모조리 개봉을 연기했다. 할리우드 영화 TOP3가 개봉해 흥행 중이지만 그건 그들의 얘기다. 이쯤 되면 정부가 영화관, 즉 상영업 자체의 중요성과 인식 자체를 거부한다고 봐야 한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이 글로벌 흥행을 거뒀다. 문체부는 ‘K-콘텐츠’라고 호들갑인데 이 두 작품은 더 엄밀히 말하면 미국 자본이 만든 ‘A(MERICA)-콘텐츠’다. 넷플릭스란 거대 자본이 한국산 원천 소스를 매입해 우리가 다시 제작 납품한 제품이다. ‘K-콘텐츠’ 승리라기보단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에 유통된 ‘유통의 승리’다.
그럼 ‘K-콘텐츠’는 허상일까. 물론 아니다. ‘기생충’이 일궈낸 결과는 전무후무하다. 그건 IP를 보유할 수 있는 우리 고유 방식의 유통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미 ‘기생충’ 하나에서 파생된 결과물은 미국에서 드라마 버전으로 제작되고 있다. ‘봉준호’란 최고의 상품을 만들어 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진정한 ‘K-콘텐츠’ 출발점은 ‘영화관’이란 이름의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제작사와 배급사 그리고 투자사, 여기에 부가판권업체와 해외 배급까지. 일련의 유통 흐름이 만든 내수 시스템 속에 가장 중심축이 되는 게 영화관이다. 그런데 이제 영화관은 사망 직전이다. 영화관은 물이 오른 ‘K-콘텐츠’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발버둥치는데 정부는 살길을 마련해 주긴커녕 힘으로 찍어 누르고 있다. 그저 ‘아몰라’식으로 ‘K-방역’ 일환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 조치만 결정하고 뒷짐이다. 그와 동시에 산하기관을 통한 ‘K-콘텐츠’ 프로모션만 쏟아낸다. ‘K-중독증’이 따로 없다.
최소한의 공부만 해도 이번 영화관 영업시간 제한 조치가 얼마나 독 인지 알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콘텐츠 관계자들이 “살려달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K-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영화관을 ‘홍어 거시기’ 취급하는 집단이 한 나라의 문화 산업을 주도하는 주무 부처다. 이젠 “한심하다”는 말도 아깝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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