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미국에서 머크(MSD)와 화이자의 코로나19 경구치료제 긴급사용승인이 점쳐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근거로 화이자 치료제에 점수를 높게 주면서도 실제 효과는 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번주 중 MSD와 화이자가 개발한 코로나19 경구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르면 이날(현지시간) 결과가 발표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두 치료제 기전을 보면 MSD '몰누피라비르'는 리보핵산(RNA) 유사체로, 바이러스 복제과정에서 필요한 정상적인 RNA 대신 삽입돼 바이러스 사멸을 유도한다. 화이자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 복제에 필수적인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저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
공통적인 특징은 바이러스의 돌기 부분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특히 변이가 심하다고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오미크론의 변이 상당수도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일어난다. MSD와 화이자 경구치료제 효과가 오미크론 변이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타깃 부위 때문이다.
다만 임상 3상에서 확인된 효과에선 MSD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의 차이가 크다. 몰누피라비르는 처음 임상 3상 결과가 공개됐을 당시 입원·사망 위험을 50% 낮춘다고 발표됐으나 추후 30%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비해 화이자 팍스로비드는 임상 3상 결과 입원·사망 위험을 89%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머크(MSD) 코로나19 경구치료제 '물누피라비르'. 사진/뉴시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실제 복용 단계에서의 검증을 거쳐야 하지만 임상 결과만 놓고 보면 몰누피라비르보다 팍스로비드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했다.
정재훈 교수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한 데 대해 높은 평가를 하지만 몰누피라비르는 임상 3상 결과가 처음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얼마나 이익이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며 "화이자의 경우 회사 발표긴 하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중화 전환율이나 사망률을 낮춰 의료진에게 가는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임상만 놓고 보면 백신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진행해 결과가 더 잘 나왔을 수 있다"라며 "당연히 실사용(리얼 월드) 데이터는 달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상용화 이후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 모두 효과 측면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차이가 뒤집어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우주 교수는 "30%와 89%가 똑같이 재현되진 않겠지만 차이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임상은 건강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한 반면 상용화 이후에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위주로 처방돼 임상 데이터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타미플루' 예를 들면서 약물 내성에 따른 경구치료제 효과 저감 현상을 우려했다. 김우주 교수는 "타미플루도 초기에는 내성이 없었지만 많이 쓰면서 내성 바이러스가 출현했던 적이 있다"라며 "약제도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인데, 조금 섣부르긴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도) 내성 출현의 우려는 항상 있다"라고 부연했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몰누피라비르와 팍스로비드에 대한 긴급사용승인 요청을 받아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식약처는 제출된 임상, 품질자료 등을 검토하고 전문가 자문회의,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 안전관리·공급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 후 긴급사용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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