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성관계를 위해 상대방의 아파트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당시 집에 없던 다른 가족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내연녀의 집에서 불륜을 저질러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남성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지난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은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본원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SNS로 알게 된 미성년자인 B씨와 동성 성관계를 하기 위해 지난 2018년 10월27일 경기 화성시에 있는 B씨의 부친 C씨의 아파트를 침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해 A씨가 항소했지만, 2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과 피해자의 아들 사이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음을 전제로 보더라도 다른 주거권자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그의 주거의 평온을 해했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며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주거의 침입을 처벌하는 이상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죄형법정주의 위반의 점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간 것이 부재 중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2심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 중에 출입문을 통해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피해자의 주거지에 들어간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실상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지에 들어간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피고인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9월9일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C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C씨는 내연녀가 열어준 현관 출입문을 통해 주거지에 3회에 걸쳐 들어와 내연녀의 남편으로부터 주거침입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1심은 C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전합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재 중에 피해자의 처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갔으므로 주거의 사실상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 아니어서 주거에 침입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령 피고인의 출입 목적이 피해자의 처와 혼외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출입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정한 침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지난 9월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불륜 목적의 주거침입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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