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매입하라며 대문 앞 주차로 출입 방해…강요죄 아니다"
대법 "물리적 접촉·유형력 행사 없어"…유죄 판단 원심 파기
2021-12-16 12:00:00 2021-12-16 1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주택 대문 앞에 차량을 주차해 주택 소유주의 차량이 출입하지 못하게 한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6년 4월28일부터 1년이 넘는 기간 자신의 차량을 B씨의 주택 대문 바로 앞부분에 주차해 B씨가 차량을 주차장에 출입시키지 못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영문 알파벳 'U'자 모양의 도로를 소유한 A씨는 이 도로에 접한 주택에 사는 B씨 등이 이 도로에 주차선을 그리고 자신들의 차량을 주차하자 도로 지분을 매입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거부한 채 계속 도로를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자 B씨 주택 앞에 자신의 차량을 세워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피고인의 차량 주차 행위는 강요죄의 수단인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피해자에게 차량 출입의 방해 등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행위에는 강요죄에서의 협박도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2심도 "이 사건 차량 주차 행위는 피해자의 차량 운행에 관한 의사 결정과 의사 실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 즉, 강요죄의 수단인 폭행에 해당한다"면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해 차량 운행에 관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의도로 차량을 피해자 주택 대문 앞에 주차했으나, 주차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물리적 접촉이 있거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에게 주택 외부에 있던 피해자 차량을 주택 내부의 주차장에 출입시키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했으나, 피해자는 차량을 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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