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조재훈 기자]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율 및 친환경차 보급 대수 목표치 확대로 내연기관 중심의 부품산업 위축과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업계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E-pit'. 사진/현대차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등 3개 단체는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고 노동자 보호, 부품업체 지원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8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기준을 2018년 대비 기존 26.3%에서 40%로 높이면서 2030년 정부의 친환경차 누적 보급 목표치도 기존 385만대에서 450만대(전기차 362만대, 수소차 88만대)로 확대됐다.
문제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업계의 2030년 친환경차 누적 생산 대수를 300만대 밑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등 외국계 기업은 2025년까지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어 2030년에는 전량 수입이 불가피하다.
자동차업계는 결국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수입 전기차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친환경차 보급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내연기관차 생산이 위축되면 부품업체들의 경영이 악화하고 일자리가 급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생산의 10%를 전기·수소차로 생산하면 고용은 17% 감소, 20% 생산 시 30% 감소, 30% 생산 시 38%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026년부터 자동차산업에서의 고용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원 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작업 공수가 감소해 근로자는 20~30%, 부품 수는 3분의 1 정도 줄기 때문에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2030년 전기차 비중이 33% 차지할 경우 10%의 기업이 사라지고 3만5000여 명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변화로 대처가 늦은 자동차 부품업계에 큰 타격도 우려된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최근 진행한 국내 부품업계 미래차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185개사 중 68.2%가 미래차 전환으로 매출 축소를 우려했고 전환율은 39.5%에 그쳤다. 매출 500억원 미만 기업은 16.1%에 불과했다. 내연기관차 부품의 국산화는 99% 수준이지만 전기·수소차는 75%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부품 의존에 따른 국내 부품업계의 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전기동력차 보급은 탄소감축을 위해 불가피한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급속한 보급목표 설정이 부품업계 와해와 노동자 대규모 실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업계는 450만대 이하의 전기차 보급 속도 완화와 함께 부품업체의 미래차 전환 금융 지원, 전문 인력 확보, 세금 혜택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황준익·조재훈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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