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국이 17일(현지시간) 한일과의 종전선언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미국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미국도 종전선언 논의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해준 것이다. 한미가 큰 틀에서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남은 관건은 북한의 호응을 어떻게 이끌어낼 지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미 국무부에서 최종건 외교부 1차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동맹, 파트너 국가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두고 한 협의에 매우 만족한다"며 "지속적인 협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차관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우리 정부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의의 속도와 방향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17일 오전(현지시각)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과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를 갖고 있다. 사진/외교부
셔먼 부장관과 최 차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조율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종전선언과 관련해 "각각의 단계에 관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다소 시각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우리 정부도 종전선언 협의에 대해 만족한다는 미국 측의 직접적인 언급이 나온 것과 관련해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셔먼 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미 간 종전선언 논의에 진전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종전선언 문안에 대해 한미 간의 조정은 거의 끝났다"며 "단지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형식으로 종전선언을 할 것인가 등의 방법론에 대해 몇 가지 협의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셔먼 부장관의 발언은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의견 조율이 정리가 되고 있다는 표현"이라며 "종전선언으로 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의지가 읽혀진다"고 풀이했다.
종전선언 문제를 놓고 한미가 상당한 접점을 찾았음에도 합의까지 시일이 걸리는 데는 북한의 반응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전선언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한미 간 합의 이후에도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최종 의견 조율이 남아있다. 북한은 여전히 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미국의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좀 더 북한의 행보와 의중을 살펴보는 등 신중함을 견지할 수 있다.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북 제재 문제에서 변화가 있어야 된다"며 "(북한의)석유 수입 (한도를)좀 올려주고 석탄 수출도 풀어주고 이런 제재의 부분적 완화가 있어야 종전선언이 탄력을 받을 건데 미국 정부가 거기에 동참을 할지 지켜봐야 된다"고 말했다.
김용현 교수도 "북한이 움직일 수 있는, 호응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기 위해 한미 당국이 선물 보따리를 펼쳐야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인도적인 분야의 제재 완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북한이 제기했던 대북적대시 정책, 이중잣대 철회와 관련한 유연성이 함께 가지 않으면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답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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