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미중 정상이 양국의 협력 분야로 북한 문제를 꼽으면서 향후 중국까지 참여하는 이른바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중국의 종전선언 참여 논의는 한미 간 협의가 마무리된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중 정상이 양국 갈등에도 북한 문제에 있어서는 협력키로 하면서 한반도 종전선언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16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는 한 싱크탱크 행사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로 북한 문제를 꼽았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 사실을 언급하며 "이 문제에 관한 (미중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사진으로,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첫 화상회담을 앞두고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은 북한을 향해 조건 없이 비핵화 대화에 나올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을 얻지는 못한 상태다. 때문에 미국은 북한에 큰 입김을 행사하는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화 복귀 유도에 나름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견인하기 위해 종전선언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종전선언 참여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중 정상이 단순히 종전선언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7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오히려 종전선언보다 더 큰 그림, 다시 말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이라는 큰 목표 속에서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대화와 외교적 해법에 대해 미국과 중국 간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이 그간 종전선언에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낸 만큼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변수는 역시 미중 관계다. 미중 간의 공방이 계속되고 갈등이 심화될수록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미 3자 종전선언' 구상도 흔들릴 수 있다. '한미 대 북중'의 대결구도를 고착화시켜 남북·북미 대화를 더 어렵게 하고, 미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면서 논의대상에서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실제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올림픽을 종전선언의 장으로 삼으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의 조시 로긴 외교·안보 칼럼니스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부 관료들 모두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음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표면적으로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에서 자행되는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에 대한 미국의 경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이 보이콧하겠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서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만약 미국이 보이콧한다면 정부로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해서 종전선언이든, 남북대화든 해보려고 하겠지만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반대의 전망도 있다. 양무진 교수는 "미중 간 경쟁선상에서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서 축하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스포츠를 정치로 이용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역사적으로 미국이 오히려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러한 것을 바이든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에 임박하면 미국이 축하사절단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외교차관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계속 협의키로 했다. 최근 한미 간 종전선언 의견 조율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협의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졌는지 주목된다. 17일 개최 예정인 제9차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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