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이 지난 5월
엔켐(348370)에 투자한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 청구에 돌입할 것으로 확인됐다. 케이프투자증권이 보유한 CB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발행가능한 주식 수는 총 17만5438주로 206억원의 가치다. 이는 지난해 케이프투자증권의 전체 순이익158억원을 50억원가량 웃도는 금액이다. 엔켐이 상장 이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덕이다. 다만 엔켐이 상장한 지 보름 만에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일각에선 향후 이어질 CB 전환으로 엔켐이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엔켐은 지난 5월 케이프투자증권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이 CB의 주식전환가액은 2만8500원으로 이날 종가 기준 엔켐의 주가 11만7500원 대비 4분의 1수준이다.
특히 케이프투자증권에 발행된 CB의 경우 주식전환청구 기간이 발행일 이후 1개월 이후부터로 현재 주식전환청구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CB의 경우 발행 이후 1년이 주식전환 기간으로 케이프투자증권이 보유한 CB는 이례적인 경우다.
엔켐 관계자는 “케이프투자증권이 보유한 CB의 경우 발행 1개월 이후부터 주식전환이 가능한 CB로 현대 주식전환이 가능한 상태”라며 “CB는 주식 전환 후 1개월 보호예수(25억원 규모)와 4개월 보호예수(25억원)로 나눠졌는데,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의 경우 현재 케이프투자증권이 주식전환청구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프투자증권이 1개월 보호예수 물량의 주식전환 의사가 있는 만큼 4개월 보호예수 물량도 조만간 주식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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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켐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지난 5월 엔켐의 CB에 투자한 사모펀드들과 케이프투자증권도 높은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이달 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엔켐은 2차전지 4대 핵심소재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중 하나인 전해액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세계 최초 2세대 전기차용 전해액의 사업화에 성공했고 세계 유일 배터리 주요 4대 지역(미국, 유럽, 한국, 중국)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종목이었다.
지난달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밴드(3만~3만5000원) 상단을 20% 초과한 4만2000원에 공모가를 확정 지었으며, 일반 공모 청약 경쟁률은 1275.69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증거금은 16조4650억원이 몰렸다.
엔켐은 상장 이후에도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1일 상장 첫날 시초가를 공모가 대비 94.3% 높은 8만1600원에 형성했으며, 이후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상장 당시 공모가 기준 63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상장 보름여 만인 지난 15일 2조원에 근접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7752억원으로 181% 급등했으며, 코스닥 기업 중 시총 순위 29위에 올랐다.
다만 케이프투자증권의 CB의 주식전환을 시작으로 엔켐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엔켐은 지난 5월 케이프투자증권을 비롯해 ‘아레나 글로벌 SK SPV’, ‘포커스 자산운용 사모펀드 등’에도 CB를 발행했다.
아레나 글로벌과 포커스 자산운용 사모펀드가 보유한 CB의 주식 전환가능 수량은 각각 70만3703주, 21만526주로, 총 91만4229주다. 이는 현재 엔켐의 유통가능 주식수(475만9450주)의 19.21%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주식전환청구는 내년 5월부터 가능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주가기준 엔켐의 CB투자자들 수익률이 4배를 넘어서는 만큼 주식전환청구 시기가 도래하면 대부분 주식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언했다.
오버행 이슈와 관련해 엔켐 관계자는 “CB들의 경우 일부 물량은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콥옵션’(중도상환청구권)이 설정됐고 보호예수 기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엔켐이 발행한 CB들에는 총 40%의 콜옵션이 부여됐으며, 아레나 글로벌과 포커스 자산운용 사모펀드가 보유한 CB의 주식 전환 후 보호예수 기간은 각각 12개월과 6개월이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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