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에 이어 먹는 코로나 치료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먹는 치료제 등장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 대응에 백신이 필요조건이라면 효과적 치료제는 충분조건이다. 먹는 치료제 등장으로 인류 사회는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 체계를 완벽하게 갖추었다. 코로나 백신과 먹는 치료제는 서로 '깐부' 관계이다. 그동안 주사제 형태의 코로나 치료제가 있기는 했지만 코로나 백신과 '깐부' 맺기는 어려웠다. 병원에 입원해야만 주사를 맞을 수 있고 효과도 신통찮았기 때문이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가 시장에 곧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시장은 요동을 치고 있다. 기존 주사제 치료제 개발·판매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낮은 것으로 나온 먹는 치료제 개발 회사의 주식도 폭락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공급 물량이 달려 먹는 약이 효과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팔리겠지만 본격 생산에 들어가고 또 백신 접종률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도 높아져 신규 확진자가 확 줄어들면 먹는 약 시장에서도 효과가 낮은 2등 제품은 외면당하게 마련이다. 치료제는 생명과 관련된 제품이어서 그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투여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먹는 코로나 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렸던 머크의 주식이 떨어진 까닭이 여기에 있다. 머크의 먹는 약은 임상 시험에서 입원·치료율을 낮추는 정도가 50% 안팎으로 나온 반면 바로 이어 나온 화이자의 먹는 약은 임상시험에서 그 효과가 89%나 되었다. 이 정도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다. 화이자의 약은 게임 체인저라고 할 만하지만 머크 약은 그런 깜냥이 되지 않는다.
코로나 백신도 여러 형태의 주사제가 나왔지만 앞으로 먹는 백신이나 피부에 붙이는 백신이 나오면 백신 시장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런 제품은 당분간은 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 사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화이자와 모더나 등이 만들고 있는 전령아르엔에이(mRNA) 방식의 백신이다. 이 형태의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항체 형성률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들 백신도 일부 부작용 등 약점이 있고 전 세계 백신 수요가 치료제와는 달리 워낙 많아 디엔에이(DNA) 방식의 백신 등 다른 제품들도 이들과 경쟁하며 쓰이고 있다. 치료제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백신은 전투에서 적을 막는 1차 저지선이자 총알에 몸을 뚫고 들어오는 것은 막는 구실을 한다. 그래서 흔히들 ‘게임 체인저’라고 부른다. 치료보다는 예방이 낫다는 말이 있다. 백신은 예방의 최대 무기다. 인류가 감염병, 특히 팬데믹을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적, 즉 바이러스나 세균 등이 쏜 모든 총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망자와 부상자 발생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항상 우리는 피해 규모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치료제, 그 가운데에서도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등 간편하게 처치 받을 수 있는 먹는 약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이라면 '깐부'의 중요성을 잘 안다. 감염병을 잘 아는 사람은 백신과 '깐부'를 맺을 수 있는 먹는 치료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안다. 이제 인류는 먹는 약 개발로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방어 무기에 이어 공격 무기까지 확보했다. 내년부터 효과적인 먹는 치료제가 쏟아져 나와 널리 보급되면 코로나는 더는 지금처럼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위드 코로나, 즉 코로나와 공존이 아니라 코로나 종식에 더 가까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 말, 늦어도 내후년에는 그런 세상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마스크 사회가 종식되고 비대면 사회가 막을 내리게 된다.
코로나 백신에 이어 먹는 치료제 개발에도 우리는 후발주자가 됐다. 코로나 주사 치료제는 우리나라가 선두주자가 됐지만 먹는 치료제 앞에서는 그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지금 먹는 치료제 개발에 전력투구한다 하더라도 때를 놓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내년 말 내지 내후년이 되면 신규 코로나 확진자 규모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뚝 떨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설사 먹는 약을 개발해 내놓는다 해도 수요가 별로 없어 생산할 동력도 사라진다. 더구나 새로 개발할 먹는 약의 효과는 화이자보다 더 높은 90% 이상의 치료 효과를 보여야 한다. 우리 정부와 제약회사들은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먹는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전쟁에서 공격과 방어의 시점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듯이 코로나 전쟁에서도 언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사용할지를 아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보건학 박사(jjahn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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