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독일의 대학도시에서 지방소멸의 답을 찾다
2021-10-29 06:00:00 2021-10-29 06:00:00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말 우리나라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이는 출생아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나타난 결과로 지난해 출생자 수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해 30만명 이하가 됐다.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되면서 과밀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나 지방의 인구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젊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고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의 자연 감소를 맞이한 독일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했을까.
 
독일(서독)은 1950년대부터 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겪었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터키 등에서 노동자를 모집해 힘든 노동 수요에 대응했다. 1960년대에는 건설업, 광산업 분야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는데 우리나라도 독일 차관 도입의 대가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했다. 지금도 독일은 생산인구 부족과 지방의 붕괴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지속적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해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고 있다. 
 
독일은 지방도시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대학 캠퍼스를 활용한 대학도시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도시는 상대적 의미의 대학도시와 절대적 의미의 대학도시로 구분된다.  상대적 의미의 대학도시는 대학생 수가 전체 도시인구의 1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로 괴팅겐(Gottingen), 튀빙겐(Tuebingen), 하이델베르크(Heidelberg), 기센(Giessen) 등이 해당한다. 한편 절대적 의미의 대학도시는 대학생 수가 2만명 이상인 도시다. 기센(Giessen)의 경우 학생수가 2만명이 넘으면서 비율이 44.52%로 상대적 의미와 절대적 의미의 대학 도시에 모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지방대는 한 지역에 캠퍼스가 조성돼 있지만 독일의 대학도시는 캠퍼스가 여러 지역에 산재돼 있고 그 중심에 상업시설이 발달된 형태이다. 상업 및 유흥시설이 풍족하지는 않으나 지방의 대학들의 주요 거점도시인 하노버(Hanover), 슈투트가르트(Stuttgart), 프랑크푸르트(Frankfurt)와 일반 기차로 대략 30분 내지 1시간 반 사이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연결돼 있다. 
 
특히 대학생은 이체에(초고속 전기열차)를 제외한 열차를 무료로 탑승할 수 있고, 학생들의 대다수는 기숙사 시설 및 물가가 저렴한 대학도시에 거주하면서도 오후나 주말에 손쉽게 거점도시로 이동해 쇼핑, 유흥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독일의 대학도시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있는 대학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해 젊은 세대들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대학은 외국인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등록금이 없다. 일부 대학도시들은 캠퍼스가 없었으나 계획적으로 캠퍼스를 이전시켜 도시 내에서 협력 거버넌스를 추구한 사례들도 있다. 
 
독일 통일 후 침체된 동베를린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건설된 베를린 위스타 사이언스 파크가 좋은 사례다. 과학단지에 대학 캠퍼스가 이전하면서 도시의 활력과 발전의 핵심이 됐다. 항공 분야의 연구단지들이 들어선 이후, 베를린 훔볼트대학이 컴퓨터공학과, 수학과, 물리학과 등을 차례로 이전하면서 산학연구 환경이 조성됐다. 특히 사이언스 파크는 단순한 과학 산업단지가 아니고 도심공원과 골프장, 테니스장 등 여가활동을 자연 환경과 함께 제공함으로써 '도시 안의 도시'라는 개념으로 훔볼트 대학뿐 아니라 위락시설, 쇼핑시설, 의료시설을 갖춰 생활과 업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복합도시다. 
 
하이델베르크시 역시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하이델베르크 대학을 중심으로 친환경 디지털 도시를 구현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관광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친환경 에너지와 IT 기술로 이산화탄소 배출 없는 'CO2 제로'의 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대학의 인재들을 활용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방 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지방대 몰락이 현실이 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회자되고 교육부가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있다. 독일의 대학도시의 경우는 거점도시가 크게 형성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흡수되지 않고 청년층 유입이 꾸준하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멸하는 지방을 재생한다는 관점에서 독일의 대학도시에 관심을 가질 시점이다.  
 
전성민 가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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