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운회사를 지원할 선박금융을 조성하고 대량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규모의 경제' 경쟁에서 국내 선사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운산업 국제비교와 시사점'을 통해 한국의 선복량이 한진해운 파산을 계기로 하락해 201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해운산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전경련에 따르면 M&A와 신규 선박 발주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해운산업은 선사간 서비스 차별성이 낮아 원가절감을 위한 무한경쟁 시장에 가깝다. 과거 해운시장 침체 장기화 당시 저가운임을 내세우는 치킨게임이 벌어져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선사들이 탈락했다. 한진해운도 견디지 못하고 부도 처리됐다.
사진/HMM
그사이 글로벌 대형선사는 M&A를 단행하는 등 지배력을 강화했고 소수 대형선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시장 과점화가 진행됐다. 2016년 덴마크 머스크는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CMA CGM은 싱가포르 NOL을 인수해 선복량이 각각 355만TEU, 182만TEU에서 411만TEU, 213만TEU로 확대됐다. 독일 하팍로이드와 중국 COSCO도 같은 방식으로 선복량을 늘렸다.
글로벌 선사는 최근 물동량 증가 등을 반영해 신규 발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는 해운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가 집계를 시작한 1996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 중이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는 최근 한국 HMM의 전체 선복량 83만TEU보다 큰 90만TEU 규모의 컨테이너선 발주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한진해운 파산으로 감소한 선복량과 노선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1·2위 선사인 HMM, SM의 선복량은 총 90만TEU로 2016년 8월 105만TEU보다 15만TEU 적다. 같은 기간 아시아-미주 서부 노선 점유율은 11.4%에서 7.3%로 4.1%포인트 낮아졌다.
전경련은 규모의 경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사의 선복량과 점유율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보다 낮은 자국 화물에 대한 국내 선사의 적취율 확보가 필수적이고 해운회사에 자본투자를 담당할 선박금융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선사는 부채비율이 높아 금융을 이용한 선박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 선박 투자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투자자 세제 혜택 등 선박금융 조성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 실질적으로 금지된 대량 화주의 해운업 진출 규제를 개선해 대량화주 또는 공공기관이 해운회사 지분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화주와 선주가 안정적인 상생협력 구조를 만들고 장기적인 해운산업 성장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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