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치경찰제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태생적 한계가 너무 크고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12일 '자치경찰인가, 경찰자치인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자치경찰제의 시행은 가장 중앙집권적이었던 경찰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해 지역 특성과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4월8일 서울시에 돌아오자마자 자치경찰제 시행을 가장 먼저 챙길 현안으로 삼아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며 "조례와 규칙, 내부지침 등을 만들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시 직원들과 함께 7월1일 본격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제도를 알면 알수록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총 7명으로 △시장이 임명할 수 있는 위원 1명 △시의회 2명, △교육감 1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 △구청장협의체, 구의회의장협의체, 법원,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위원추천위의회에서 2명을 정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오 시장은 "엄연히 서울시 행정기구 중 하나인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을 뽑는데, 형식적으로 시장 명의의 임명장만 드릴 뿐 7명의 위원 중 6명은 다른 기관에서 정해주는 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기에는 그 태생적인 한계가 너무나 크고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그 예로 가락시장 코로나19 집단감염 대처 과정을 지목했다. 오 시장은 "경찰력과 시 행정력을 집중 투입해 골든 타임 내에 총력대응을 해야 했지만, 방역 관련 경찰권 행사에 시장은 지휘권이 없어서 건건이 경찰에 협조를 구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했다"고 밝혔다.
또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에서 올라온 문서에 결재를 할 때마다 자괴감이 든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현행 법령 상 시장은 경감과 경위, 즉 경찰 초급 간부에 대한 승진 임용권을 갖는다"며 "그러나 실질적으로 승진자를 결정하는 승진심사위원회는 서울시가 아니라 서울경찰청과 각 경찰서에만 둘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것이 자치경찰입니까, 아니면 경찰자치입니까"라며 "자치경찰제 시행 후 경찰의 영역에서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할 민선시장을 이렇게 허수아비로 만드는 것은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 지방자치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시·도 경찰청의 조직과 인력을 시·도로 이관하는 이원화 모델을 골자로 한 자치경찰제의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며 저와 같은 고민들을 해오셨을 16개 시·도지사님들과 시·도의회 의원들도 힘을 모아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바로세우기 가로막는 대못'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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