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일제 잔재' 전수조사 부진…교가 제출 학교 49곳뿐
민간 조사 절반 미만 수준…기한 4개월 연장에도 불응 500여곳
2021-10-05 06:00:00 2021-10-05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야심차게 진행한 학교 내 일제 잔재 전수조사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학교가 10곳 중 3곳이 넘었고 교가 자료를 낸 학교도 49곳 밖에 안돼 민간 수준 조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중·고 1316곳 중 일재 잔재 관련 자료를 제출한 학교는 800여곳이었다. 지난 4월이었던 제출 기한을 코로나19를 감안해 8월까지 연장했는데도 나머지 500여곳이 끝내 응하지 않았다.
 
아울러 교가 관련 자료를 제출한 학교는 49곳에 불과해 민간 차원의 조사 결과보다 못했다. 지난 2019년 민족문제연구소와 양대 교원단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는 친일인명사전 등재 인사가 교가를 작사·작곡한 학교가 113곳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나마 학교들이 제출한 교가 중에서 일제 잔재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는 사례는 더 적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10곳은 교가를 아예 새로 다 만들고 나머지 39곳은 박자나 가사 등이 군가풍이라 교가 (일부를) 바꿨다"며 "사실 49개가 다 일제의 잔재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7일 '서울시교육청 친일반민족행위 청산 지원에 관한 조례'가 시행되면서 시교육청은 2월22일 일선 학교들에 공문을 보내 친일 잔재 전수조사 및 청산 작업에 착수했다. 잔재 분야로는 △교가 △교표 △구령대·동상·흉상·공덕비·송덕비·건물명 등 학교 시설물 △일제 잔재 용어 사용 등 학교 문화가 있다.
 
학교들이 전수조사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시교육청은 부랴부랴 직접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제출 학교 800여곳과 미제출 500여곳을 개별 확인해 이번달 내로 통계를 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교육청이 학교의 제출을 기다리는데 치중한 것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이었던 지난 2019년도에 비하면 전국적인 (청산) 동력이 많이 떨어진 거 같다"며 "코로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조례 만들어진 후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었다"고 평했다.
 
5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내 초·중·고 1316곳 중 일재 잔재 관련 자료를 미제출한 학교는 500여곳이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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