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기업들의 배출 관련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출량이 많은 철강사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존을 위해서라도 탄소중립 달성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가장 많이 거래되는 탄소배출권인 KAU21(2021년 할당배출권)은 지난 1일 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75% 급등한 가격이다. KAU21은 지난 6월 1만1550원으로 저점을 찍은 후 최근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탄소배출권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발급한다. 시장에서 자유롭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데,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초과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남으면 시장에 팔 수도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사들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온실가스 초과 배출로 202억원의 '탄소배출권 매입채무'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전까지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량만으로 문제가 없었는데, 정부가 이를 줄이면서 충당부채를 쌓게 됐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건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주요국들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철강사 등 굴뚝산업의 배출 관련 부채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사고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제철소. 사진/뉴시스
유럽은 최근 철강 등 5개 품목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 CBAM은 제품 수입 시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인증서(배출권)를 구매하고 관할 당국에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본도 올해 초 녹색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전력 부문에서 탈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을 개설한다. 배출권 거래시장은 온실가스를 상한선 이상으로 배출하는 기업과 미만으로 내뿜는 기업이 배출권을 사고파는 시장이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탄소를 줄이도록 하기 위한 취지인 것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이 시장이 문을 열면 일본 기업들이 연간 2조6000억엔(약 27조원)을 부담해야 하고, 2030년에는 그 규모가 4조3000억엔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또한 탄소중립 목표를 공격적으로 높이고 있다. 지난 8월 31일에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 법은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배출량(NDC)을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철강 산업의 공정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의 고로 조업으로는 생존하긴 힘들 것"이라며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위기 극복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물론 눈에 띄게 강화되는 규제에 산업계에선 친환경 전환 속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탄소중립은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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