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캐스퍼'를 온라인 판매한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판매하는 첫 차종이다. 수입차 업체를 중심으로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이를 정착시키려면 노동조합과의 합의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오는 14일부터 캐스퍼 전용 홈페이지를 통해 얼리버드 예약을 시작한다.
현대차 엔트리 SUV '캐스퍼'.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캐스퍼 출시 직후 얼리버드 예약을 정식 계약으로 전환하는 기간을 운영할 예정이다. 얼리버드 예약 시점에 선택한 사양과 색상은 정식 계약 전환 기간에 변경할 수 있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을 맡긴 첫 차다. GGM은 올 연말까지 1만2000대, 내년 7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는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판매한다. 노조와의 협의도 마쳤다. 캐스퍼는 사전계약에 이어 이르면 이달 말 정식 출시된다.
캐스퍼는 전장 3595mm, 휠베이스 2400mm, 전폭 1595mm, 전고 1575mm로 1.0 MPI가 탑재된 기본 모델과 1.0 T-GDI가 탑재된 액티브 모델(터보 모델)로 구성된다.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000만원~1500만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가 특정 차종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판매노조)는 그동안 영업점 매출 감소와 직원 감축 등을 우려하며 온라인 판매 방식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캐스퍼가 GGM이 위탁 생산하는 차량이라 가능했다. 또 온라인 판매가 캐스퍼에 한정된 점이 고려됐다.
자동차의 온라인 판매는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모든 차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자 BMW·볼보·벤츠 등도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지엠 쉐보레도 전기차 '볼트 EUV' 전 판매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홈쇼핑을 통해 차를 판매한 바 있는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역시 비대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도 미국과 유럽, 인도 등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판매 노조의 반발 등을 우려해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기아가 전기차 EV6 사전예약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하자 판매노조가 "온라인 판매로 확대될 수 있다"고 반발해 결국 온라인과 전국 대리점에서 동시에 접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에 따르면 차량 판매 방식은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현대차가 온라인 판매로 쉽게 전환 할 수 없는 이유다. 이번 캐스퍼의 온라인 판매 협의 역시 온라인 판로 개방이 아닌 노조와의 협의 없이는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협의를 두고 판매노조 내부에서는 "캐스퍼 외 차종도 협의만 하면 판매방식을 얼마든지 변형시킬 수 있는 오인의 소지가 있어 합의서에 '원칙적 인터넷 판매 반대'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대차 판매노조 관계자는 "캐스퍼의 경우 외부위탁 차종이고 GGM이 수익성을 갖고 들어왔기 때문에 협의를 본 것일 뿐 기존 생산 차량은 단체협약을 준수하기로 했다"며 "(온라인 판매 차종 확대는) 현장의 반발이 심하고 이번 협의 취지하고 다르게 현장에서 호도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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