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수주 실적 증가에도 상반기 충격적인 영업손실을 내며 고전했다. 하반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판 가격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뛰며 선박 건조 비용이 커진 데다 과거 저가 수주도 발목을 잡고 있다.
조선 3사의 상반기 합산 영업손실은 3조원에 달한다. 한국조선해양이 82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대우조선해양은 1조22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9447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손실이 1조원을 넘은 건 2015년 이후 6년 만이며 삼성중공업은 15분기 연속 적자 기록이다. 조선 3사의 합산 수주가 올해 목표의 90%를 넘긴 것과 대비된다.
조선사들은 2분기 대규모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적자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한다. 공사손실충당금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을 미리 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 3사는 선박 건조에 쓰이는 강재인 후판 가격이 급등하자 올해 인상분을 2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했다. 이렇게 하면 향후 선박을 수주할 때 오른 후판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들의 2분기 실적을 보면 충당금이 손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한국조선해양은 8973억원 영업손실 가운데 8960억원이, 삼성중공업은 4379억원 적자 중 3720억원이 공사손실충당금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상반기 1조2203억원의 영업손실 중 약 8000억원이 충당금이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초대형 원유운반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선박 건조 원가의 20%가량을 차지하는 후판의 가격은 지난해 톤(t)당 60만원에서 올 상반기 70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하반기에는 더 큰 폭으로 뛰어 톤당 110만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현재 후판 가격 협상 중으로, 이번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건조 비용 상승과 함께 과거 무리하게 추진한 저가 수주도 조선사들의 실적 악화에 영향을 끼쳤다. 조선사들은 선박을 수주한 뒤 건조하는 약 2년 동안 계약금을 나눠 받는다. 완성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할 때 전체 대금의 60%를 받기 때문에 건조하는 동안은 재무 부담이 크다.
조선사들은 2016년 수주 실적이 바닥을 찍으면서 저가 수주로 일감을 확보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실적에 영향을 주는 2019·2020년에도 저가 수주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선박 주문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조선사들이 출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는 큰 폭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신조선가 지수가 9개월째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선가가 오르는 건 조선사들이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더 이상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신조선가 지수는 전주 대비 0.17포인트 상승한 144.69를 기록했다. 선가가 140을 넘긴 건 2011년 9월 이후 처음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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