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vs 처벌'…재계·노동계, 중대재해법 놓고 '팽팽'
재계 "처벌보다 예방 우선"…노동계 "애초 취지대로 처벌 강화"
2021-06-14 06:02:15 2021-06-14 06:02:15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놓고 재계와 노동계 모두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시각 차가 뚜렷하다. 재계는 처벌보다 예방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견인 반면 노동계는 평택항 컨테이너·광주 재개발 현장 철거건물 붕괴 참사 등에서 보듯이 근본 해결을 위해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내년 1월27일 시행된다.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해 중대산업재해·중대시민재해에 이르게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처벌을 묻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과 처벌을 받는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내놓은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82명으로 2019년(855명)보다 27명(3.2%) 증가했다.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후진국형 산업재해 폐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중대재해법을 만들었다. 
 
재계는 처벌보다는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법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기업을 겨냥한 과도한 처벌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아니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존 '공정경제 3법'에 이어 중대재해법까지 기업 경영 위축을 불러오는 입법으로 인해 위기감이 상당하다"며 "산업재해는 기업의 처벌만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경찰 등이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공사구간에서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철거건물 사고와 관련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정부와 잇따라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는 재계는 때맞춰 중대재해법 완화를 주장했다. 지난달 국회를 방문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산업현장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계속되고 있어 기업인으로서 매우 송구한 심정"이라면서도 "지금은 처벌보다 예방 중심의 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다르다. 여전히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현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다며 취지와 달리 다소 후퇴한 중대재해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적용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았던 애초와 다르게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것에 불만이 크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 등은 7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의 근본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 기업과 유착된 부실 감독, 솜방망이 처벌 등이라는 것을 누차 제기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을 다시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경영책임자 정의'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대표이사 및 이사'로 규정했다가 논의 과정에서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는데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광주 철거건물 참사 이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광주본부는 "경영책임자 책임을 분명히 하는 중대재해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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