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문장원 기자]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남북 협력 지지'를 공동성명에 명기한 점에 대해 남북 간 협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연결 등 그동안 대북제재로 하지 못했던 남북 협력 사업들을 몇몇 예외적 조항을 통해 현실화 시킬 수 있도록 한미 간의 공조 근거를 만들어냈다는 판단이다.
김 원장은 25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이번에 '남북 협력 지지' 부분은 굉장히 신경을 썼는데 마지막에 미국이 응해서 공동성명문에 올라갔다"며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 제시를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제재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지 않으면서 몇몇 예외적 조항을 통해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대표적인 남북 협력 사업으로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 연결 등을 제시했다. 당장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북 협력 사업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본질적인 현안은 아니지만 하나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정부의 후속대책으로 남북 대화 채널 복원을 꼽았다. 김 원장은 앞으로 북한과의 협상 방식에 대해서는 "비공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실무자들 간의 협상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왔을 때 고위급회담, 그 다음 정상회담으로 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중국이 한미 간 공동성명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명시된 점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의 계산된 비판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정부의 대중외교와 관련한 원칙에 대해 "한미관계를 근간으로 하되 한중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포함해서 대중국 외교를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원장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굉장히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미정상회담 전반적인 평가는.
이번처럼 서로 주고 받는 것이 분명한 회담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백신 관련한 것들을 받아내고 미국은 우리에게 원하는 기술협력을 하는, 굉장히 상호적이고 호혜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양날의 검'이긴 하지만 미국이 한국의 역할을 단순히 한반도나 북핵 문제 이슈에 넣지 않고 글로벌 파트너로서 역할을 요구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미중 전략 경쟁에 실질적으로 우리의 역할을 요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담이 있기는 하다.
북미, 남북대화를 재개할 모멘텀은.
정상회담 자체가 무엇을 완결시키는 것이 아니다. 대북문제에 있어서 한미 간에 조율의 초점이 있는 것이지 이것을 통해 구체적으로 북한에 무엇을 제시하는 회담이 아니었다. 미국은 북한의 선 조치가 어떤 방식으로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선조치라는 것이 체제 보장에 관한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를 위한 어떤 것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미국이 하기 힘들고 특히 정상회담에서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것을 앞으로 실무진에서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시그널을 보내느냐가 문제다. 그 전에 북한이 어떤 반응으로 나올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대북제재 완화할 우회 방안은.
특히 협력 부분은 굉장히 신경을 썼는데 마지막에 미국이 오케이하고 해서 공동성명문에 올라갔다. 이 부분이 왜 중요하냐면 지금 미국도, 북한도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 제시를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이 그런 부분에서 제재 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것이 아니고 몇몇 예외적 조항을 통해 우리가 소위 말하는 반발짝 앞으로 나가는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한국 측의 운신의 폭을 넓혔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후속조치는 어떻게 전망하나.
남북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북한이 비판하되 어느 수위 정도로 비판하느냐가 주목이 될 것이다. 판 전체를 완전히 문을 걸어 잠그고 '이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 비판하되 북한도 여지를 남길 것인지에 따라서 우리가 그 다음 단계 스텝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한반도평화프로세스 확고히 할 방안은.
북한은 싱가포르나 하노이 때보다 종전선언 원하는 수준이 굉장히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중요하다고 본다면 제재 일부 완화, 종전선언, 그 다음에 불가침 선언 등이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데 미국은 북한의 행보 없이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바로 적대시 정책 철회로 가진 못하더라도 그리로 갈 수 있는 연결고리적 시그널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이 대화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나.
그 후속 조치에 달렸다. 이번에는 틀을 보여준 거다. 이제는 비공개 협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생중계가 되다 보니까 오히려 두 국가가 자존심 싸움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된다. 교환 조건을 맞출 때까지는 비공개로 가는 게 맞고 또 바이든 정부가 실무자들을 합의를 먼저 하겠다고 얘기했으니까 실무자 선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생겼을 때는 고위급회담, 그 다음에 정상회담까지 그렇게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미사일 지침 해제에 대한 평가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과거에는 한국이 기술을 가지게 되면 다른 나라에 판다거나, 북한을 위협해 전체 한반도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제 그럴 일은 없다는 거다. 한국을 책임 있는 나라로서의 책임성을 인정하면 아르테미스 협정을 지킬 만한 나라라고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대중외교에서 중국을 자극할 여지는 없나.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얘기하지만 분명히 원칙은 있다. '한미관계를 근간으로 하되 한중관계를 해치지 않는다' 이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중국의 반발에 고심의 흔적이 있다. 지금은 이 정도로 한국이 전환을 했는데 중국이 가만히 있으면 완전히 미국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계산된 비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백신의 전체적인 성과는.
백신의 허브, 즉 미국의 기술의 원자재와 한국의 생산능력이 합쳐진 부분은 우리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더 중요하고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백신 위탁생산 과정에서 국내 보급 전망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재약생산 2위다. 미국에서 하고 싶어도 미국의 생산량 능력이 제한돼 있으니까 한국에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한돼 있을 때는 누구한테 먼저 주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생산량이 많아지면 병목 현상이 풀리니까 우리가 빨리 받을 수 있고, 결정만 되면 수송이 필요 없다. 한국에서 바로 쓸 수가 있다. 그 다음에 기술 공여를 어떤 방식으로 할 거냐의 문제인데 하지 않겠나 예상한다. 긍정적으로 본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5일 <뉴스토마토>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북 정책에 대해 “미국이 바로 적대시 정책 철회 어럽다"라며 "비핵화로 갈 연결고리, 시그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강연하는 김 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주용·문장원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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