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통미통북' 외교전략 필요하다
2021-05-11 06:00:00 2021-05-11 06:00:00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5분의 4를 지났다. 문 대통령은 남은 1년 국정운영의 기조를 10일 특별연설을 통해 상당부분 상세히 밝혔다. 그 중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던진 대북 메시지가 가장 눈에 띈다. 북한도 마지막 판단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남북대화든 북미대화든 대화의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게 아니라 재개의 모멘텀을 보고 있다는 해석을 바탕으로 한 전망이다.
 
실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 정부의 물밑 움직임이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문제는 어떻게 대화 테이블을 차릴 것이냐는 것이다. 일단 북한은 미국이 과거 트럼프 행정부 때와는 달리 가시적 지원책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일반적 분석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프로세스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을 밝혀야 실무적 대화를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톱다운 방식의 실체적 성과 없는 형식적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생각이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굴러가기 위해서는 미국과 북한이 어떤 접점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여기서 과거 많이 통용됐던 '통미봉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미봉남은 북한의 외교전략으로 북미 대화에서 한국 정부를 배제한다는 의미다. 통미봉남은 북한이 1993년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을 한 뒤 핵 개발을 무기로 미국과 막후 협상을 갖고 1994년 미국으로부터 중유와 경수로를 제공받기로 한 제네바합의를 체결하면서 비롯된 용어다.
 
물론 당시의 상황과 지금을 단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오히려 지금이 더 복잡한 정세에 놓여 있다. 중국이 바로 단적인 예이다. 정부는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기조 하에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해가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다져나간다는 방침을 수 차례 밝혔다.
 
1994년 이후 중국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사실상 경제 패권까지 미국과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한국의 대미 무역 비중보다 대중 무역 비중이 더 높은 것만 봐도 그렇다. 그 와중에 북한 정권은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왔고, 사실상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부상했다.
 
때문에 전략적 모호성을 기조로 해야 하는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의 구체성도 가질 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유연해졌다는 점은 호재다. 미국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경제적으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한미동맹에만 의존한 외교를 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한국이 한미동맹을 버리고 중국 중심의 글로벌 질서에 전적으로 편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무적 협상을 주도하고 때로는 협상의 다리를 놓아야 하는 외교당국은 통미봉남을 극복할 수 있는 실리 외교를 구사해야 한다. 즉 북에게는 구체적 경제 지원책에 대한 실현가능한 로드맵을 상세히 설명하고, 미국에게는 평화 프로세스로 나아가기 위한 북의 상황과 입장을 전달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경제적 실익을 우선시하는 미국과 북한의 입맛에 맞는 당근과 채찍을 우리도 나름대로 갖고 있어야 한다. 통미봉남이 아닌 '통미통북'으로 가야 한반도 평화세스가 진정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권대경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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