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서울 강서구에 사는 A씨는 자가격리 키트 지급이 늦어져 제때 체온을 재지 못했다. 자가격리를 할 경우 본인이 직접 체온 등을 재 자가진단결과를 정부가 배포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어플리케이션에 입력해야 한다. 이를 위한 체온계 등 지급 책임은 기초자치단체에 있다.
이에 A씨는 해당 구청에 전화해 자택에 체온계가 없어 온도를 재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청 격리담당자는 "임의로 온도를 작성해 어플로 등록을 해달라"고 했다. B씨가 무책임한 답변에 항의했지만 며칠이나 지나서야 자가격리키트를 전달받았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의 자가격리자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돼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 각 구청에서는 자가격리자들에게 음식 같은 구호물품 또는 현금 10만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자가격리키트가 없으니 자가진단결과를 허위로 입력할 것을 종용하거나 생활지원금 또는 자가격리 구호물품을 지급한다고 알려놓고 기약이 없다는 식이다.
서울시에 강동구에 사는 B씨도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해 지난 24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B씨는 구청에 자가격리 생활지원금을 현금으로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3일이 지나서 구청 보건소 자가격리 담당자에게 다시 온 연락은 황당했다. "3개월 뒤인 8월에나 현금이 지급될 예정이나,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대답이었다.
B씨는 현금으로 신청하는걸 기다렸다가는 언제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지급이 안될 수 도 있다는 구청 직원의 말에 그냥 지금 컵밥 등 구호 물품으로 바로 받겠다고 했다.
자치구 입장에서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상 생활지원금의 경우 결격 사유가 없으면 신청 후 며칠 안에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가격리자가 빠르게 느는 만큼 예산도 줄어 관련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격리자가 받아야 할 생활지원금과 자가격리 구호 물품 등이 각종 오류로 제대로 전달 되지 않는 사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예산 소진은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구호물품에는 크게 마스크, 체온계와 같은 위생물품과 간편 식사 위주의 생필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가격리자들은 자택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만큼 생필품이 필요 없어 현금을 받기를 선호하고 있다.
강서구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자가격리자에 대한 담당자가 보건소 담당, 구청 담당자 등 개인별로 여러명이다 보니 자가격리 키트 전달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수령이 늦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강동구 관계자도 "코로나 생활지원금은 서울시 예산이다. 서울시 예산지급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문제가 생겨 예산이 내려오지 않은 해프닝이 발생한 것 같다"며 "지금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0시 기준 서울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7명을 기록했다. 총 누적 신규 확진자는 3만7610명으로 전국 누적 확진자 12만1351명의 25%에 해당된다.
지난해 8월28일 광주 북구청 복지누리동 앞 광장에서 구청 직원들이 관내 자가격리자 대상자들에게 전달할 생필품과 손소독제, 체온계, 마스크 등이 담긴 방역 키트를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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