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농지를 빼앗긴 농민과 유족들에게 518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씨 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들이 보유한 이 사건 각 분배토지에 관한 수분배권을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상실하게 됐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해방 이후 국가로부터 농지분배를 받아 1950년부터 1952년까지 상환곡을 납부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1953년 소유권을 주장했고, 1961년부터는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가 조성됐다. 이로 인해 A씨 등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1964년 A씨 등은 정부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냈으나 대법에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 과정에서 농민을 상대로 가혹행위를 동반한 소 취하와 허위 증언이 요구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지검은 1970년 7월 사기 및 위증혐의 등의 공무원들을 강제연행하고 재수사에 나섰다. 이 중 상당수는 민사소송 취하와 땅에 대한 권리 포기를 약속하고 풀려났다.
이후 2008년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민·형사 재판이 다시 시작됐다. 이 같은 재심 청구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상당수 농민들이 무죄를 확정 받았다.
2013년 분배농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 A씨 등은 무죄 판결을 근거로 분배농지 시가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이 사건 각 분배농지의 수분배권을 상실하게 됐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씨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 등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망인들 또는 그 상속인들은 정부 불법행위로 인해 각 분배농지에 대한 상환곡 납부를 조건으로 소유권을 취득할 권리, 즉 ‘수분배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며 “원고들은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 2011년 12월 이후 3년이 지나기 전인 2013년 6월 소를 제기했으므로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기간(5년)도 경과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해액 산정에 대해선 “구 농지법 부칙 3조에서 정한 기한인 1998년 12월31일이 지나 더 이상 상환곡을 납부할 수 없게 된 손해 발생 시점인 1999년 1월1일부터 각 분배농지의 시가 상당액을 손해액으로 본다”며 정부에 518억원2718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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