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칼럼을 쓰는 현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종준 경호처장이 “경호법상 경호구역에 대한 수색을 불허한다”며 윤석열이 있는 관저에 공수처와 경찰의 진입을 막아섰다. 법 집행을 막는 경호처로 인해 5시간 넘게 윤석열에 대한 체포 영장이 집행되지 않고 공수처와 경호처 간에 물리적으로 대치하였다.
이윽고 오후 1시 반이 되자 공수처는 더 이상 체포 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일단 집행을 중지한 모양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되면 또 다른 불상사가 발생할 위험도 커질 것이다. 윤석열은 김홍일, 윤갑근 변호인을 통해 법 집행을 가로막는 해괴한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황당한 음모론을 극우 시위대에 전파하며 세계적인 뉴스거리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떤 지도자가 추락하는 최후의 순간에 이와 같은 추태를 보여준 적이 있는지, 필자로선 기억이 없다. 추하다 해도 너무 추하다.
아마도 윤석열과 김건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엇인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 같다. 최대한 법 집행을 지연시키면서 항전을 하는 모습을 시위함으로써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거나, 아직도 정부 내에 잔존하고 있을지 모르는 내란 잔당 세력과 국민의힘 내의 친윤 세력까지 최대한 긁어 모으려는 속셈이다.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까지 좌절시키고 난 다음, 윤석열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아마도 국민을 갈라쳐서 내전 상황으로 유도하고 싶을 것이다. 국가 분열의 깃발을 높이 올려서 또 다른 폭동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 거다. 이를 요약하면, 1단계로 경호처 등의 물리력으로 법 집행을 차단, 2단계로 전국의 극우 세력과 유튜버, 친윤 세력을 동원한 윤석열 친위 세력권 강화, 3단계로 탄핵 심판과 내란 수사를 최대한 지연 내지 파탄시키며 정치적·법적 무정부 상태를 조성하는 데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의 충동적인 성격을 고려할 때 세간의 상식을 초월한 또 다른 돌출 행동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윤석열의 계획이 추진되는 동안 한남동 관저의 윤석열은 후금의 누르하치가 침략하여 갇혀 버린 남한산성의 인조와 같은 처지다. 정국 안정의 출구를 스스로 막아버린 윤석열에게는 더욱 극단적인 선택지만 남았다. 이 사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최악의 정치적 참사이자 국가 사법 체계의 재앙적 위기다.
대지진과 같은 재앙을 조속히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헌법 권위가 추락하고 정치적 분열과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지난 12월 4일 새벽 계엄 해제와 12월 14일 응원봉 시위 속에서 이루어진 윤석열 탄핵으로 이룩한 시민 명예혁명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시 반혁명의 시간이 도래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을 단시간 내에 해소할 수 있는 국가의 민주주의 회복 능력과 법적 엄정함이 확립되어야만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여기서 나약하거나 무력한 모습을 장시간 노출시킨다면 이는 민주공화국의 토대가 심각하게 의심받을 것이다.
먼저 최상목 권한대행을 비롯한 정부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긴급하다. 사법부의 법집행 촉구 입장도 나와야 한다. 여당 일각의 내란 동조 및 내전 선동 세력에 대해서도 엄정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공수처와 공조본은 이 엄중함으로 고려하여 경찰 특공대의 한남동 관저에 대한 지상과 공중 투입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가 살아 있고 헌법이 건재하다는 점을 재확인하지 않는다면 이후에는 더욱 통제하기 어려운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체포 영장 시한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결단하고 행동하는 국가의 면모를 세울 때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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