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쿠팡의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해당 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 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1986년 상위 대기업 그룹의 경제력집중을 억제한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을 지정했다. 또한 출자총액 제한, 상호출자 금지 등의 규제를 도입했다.
전경련은 “해당 제도는 과거 우리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져서 개방경제로 변모한 오늘날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면서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이 시장독점을 통해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적 이윤추구가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도는 1980년대 65.5%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했고 1980년대에는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가 전무했지만 지금은 57개국에 달한다”면서 “외국기업이 언제든지 우리나라 시장에 진입이 가능해 일부 국내기업의 시장독점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체 매출대비 10대 및 30대그룹 매출 비중. 자료/전경련
상위 대기업집단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30대 그룹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줄었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28.8%에서 24.6%로 떨어졌다. 아울러 개방경제 하에서 국내 대기업은 규모가 작은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0년 기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은 전체 매출의 63.8%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전경련은 현재 대기업집단은 과도한 규제와 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8월 기준, 대기업집단 중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은 최대 1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은 최대 188개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전경련은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을 위한 벤처기업, 유망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등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규모가 작아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각종 지원제도에서 배제되며, 계열사의 지원도 일감 몰아주기, 부당지원행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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