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한국산 세탁기가 월풀이 주도하던 미국 시장에서 잘나가고 있다. 특색 있는 기능 등을 앞세운 차별화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해석된다.
2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 등에 따르면 2019년 △
삼성전자(005930) 19.1% △
LG전자(066570) 17.2% △월풀 15.7%였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삼성과 LG 모두 20~21%, 월풀이 14%대를 기록하며 격차가 더 나고 있다.
미국이 지난 2018년 2월부터 한국산 대형 가정용 세탁기 수입 물량에 대해 최대 5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를 발동했으나 이미 현지 생산화를 구축한 한국 기업의 체계적인 공급망과 소비자들의 수요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양사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각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와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냉장고·세탁기 공장을 세우고 생산라인을 늘려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간 주력 제품에 30분 만에 세탁을 끝내주는 '슈퍼 스피드(SuperSpeed)', 찌든 얼룩까지 깨끗하게 제거하는 '부스트 스프레이(BoostSpray)' 기능을 적용해 빠르고 강력한 세탁을 구현한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고유의 DD(Direct Drive) 모터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최적화된 교반봉 구조 디자인과 모션 제어를 신제품에 구현한 점이 주효했다.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LG전자 현지 직원이 지난해 5월 세탁기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라 억눌렸던 소비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최근 세탁기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한국산 세탁기 공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점도 한국산 세탁기 인기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긍정적인 시장 상황 속에 양사는 최근 들어 부쩍 강조되고 있는 미국의 '자국 생산' 기조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애초 사우스캐롤라이나 세탁기 공장에 2017년 3억5000만달러(약 3900억원)를 투자해 1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계획을 세웠다가 "4억7000만달러(약 5200억원)를 투자해 1200명을 고용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최근 클락스빌 세탁기 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위해 2050만달러 (약 230억원) 추가 투자를 하기로 했다.
양사의 투자 증가는 급증하는 현지 세탁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최근 세이프가드를 연장하고 반도체 생산 등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바이든 정부를 어느 정도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까지 미국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현지에 공장을 둔 업계 입장에서 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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