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실적 대폭발 장외주식, 주가는 무덤덤
세메스·오상헬스케어 사상최대실적…주식 저평가 여전해
배당하는 종목 골라 초장기투자 ‘유효’
2021-04-06 13:00:00 2021-04-09 12:22:18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투자자들의 눈밖에 있는 K-OTC 기업들 중에도 지난해 좋은 실적을 올린 곳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주가는 크게 변화가 없다. 장기 투자를 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메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 덕분이다. 매출액은 94.7% 증가한 2조2075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810.5% 급증한 2841억원을 찍었다. 폭발적인 증가율이 나온 것은 2019년 실적이 크게 감소한 데서 비롯된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상 최대 실적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세메스는 장외시장의 삼성전자 같은 종목이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91.54%의 지분을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설비를 생산하는데 대부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로 공급된다. 현재 주식시장에 반도체 장비업체가 많이 상장돼 있지만 업계 1위는 단연 장외에 있는 세메스 차지다. 미국과 중국 시안에도 자회사를 두고 있다. 
 
매출에서 반도체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 디스플레이 설비 매출은 10% 정도이며 나머지는 설비 업그레이드와 부품판매에서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장비가 주력으로 최근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다. 
 
반면 포토레지스트 도포장비, 코팅장비, 세정장비 등 디스플레이 사업부문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주고객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의 저가 LCD 공세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업구조 전환에 나서면서 세메스도 정리가 필요했다. 지난해 원익IPS와 매각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었는데 지난달 결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메스에게 디스플레이 사업은 아픈 손가락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이자 1위 업체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세메스의 현재 주가는 무덤덤하다.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도 안 된다. 지난해 순이익 2018억원으로 나누어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이 6.4배에 불과하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를 살짝 웃돈다. 반도체 관련 기업 중 이런 홀대를 받는 경우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량 기업의 주가가 이 모양인 것은 장외주식의 가장 큰 미덕으로 여겨지는 상장 가능성 때문이다. 장외기업에게 상장은 초특급 호재다. 회사 관계자가 상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마디만 해도 주가가 급등한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나 액면분할을 하는 경우도 많아 장외시장에서의 주가는 무의미할 정도다. 최근 온라인게임 개발업체 크래프톤이 상장 준비 과정에서 액면분할을 한다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세메스는 대주주인 삼성전자에게 필요성이 생기지 않는 한 IPO를 실행할 가능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즉 장외기업인 채로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물려줄 정도의 각오가 돼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세메스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공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제공>
 
 
코로나 진단키트로 초대박…폭등했던 주가는 미끄럼
 
세메스가 절대액 기준으로 엄청난 실적을 올렸다면 오상헬스케어는 증가율에서 폭발했다. 지난해 매출(2579억원)은 거의 5배 증가했으며, 10억원, 20억원대를 맴돌던 영업이익은 한 번도 본 적 없던 숫자 1607억원을 찍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총에서 주당 2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오상헬스케어는 당뇨병 환자들이 사용하는 휴대용 혈당측정기와 바이오센서, 진단시약 등 체외진단기기 등을 만들어 100여개국, 140개 거래처에 수출하는 회사였다. 그러다 지난해 여러 품목 중 분자진단시약과 키트 매출이 폭증했다. 
 
오상헬스케어는 씨젠, 수젠텍과 함께 대표적인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사로 급부상했다. 특히 지난해 4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FDA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유명해졌다. 
 
진단키트 수출 소식과 함께 장외시장에서 매수주문이 급증했고 주가도 폭주했다. 이로 인해 3월 중순까지 5000원을 밑돌던 주가가 8월에는 10만원을 넘보기에 이르렀다. 코스닥 상장을 위한 심사를 청구한 것이 랠리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계속 달렸으면 좋았을 텐데 주가는 11월부터 하락조정하다가 올해 1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미승인 통보를 낸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상장 심사평가 항목을 늘리고 세분화하는 등 눈높이를 높이면서 이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1조원을 넘었던 시총은 현재 24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은 가격대지만 상장을 기대하면서 지난해 높은 가격대에 선취매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떠안고 있을 것이다. 
 
상장 문턱을 넘는 것도 고민이지만 올해 실적을 어느 선에서 방어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다만 작년 같은 실적을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순이익이 현재 시가총액의 절반을 넘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PER 1.9배다. 진단키트 수요가 어느 정도 버텨준다면 혹은 작년 이익의 10분의 1만큼만 기록해도 바이오헬스케어 종목치고는 비싼 주가가 아니다. 
 
오상헬스케어의 최대주주는 40.39% 지분을 가진 ㈜오상이며 상장사인 오상자이엘도 16.97% 주식으로 2대주주에 올라 있다. 오상자이엘의 주가 흐름 역시 오상헬스케어를 쏙 빼닮았다.
 
 
장외 건설사도 실적 좋아
 
두 회사는 K-OTC 등록기업 중에서 비교적 큰 기업에 속한다. 시총 1000억원 미만 작은 종목들 중에서는 동양건설산업의 성적이 돋보인다. 전년 2000억원 미만이던 매출이 2941억원으로 대폭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51억원에서 626억원으로 314%나 껑충 뛰었다. 순이익도 641억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동양건설산업의 시총은 900억원에 그쳐 PER이 1.4배에 불과하다. 건설주 중엔 상장기업도 저평가된 경우가 많은 편인데 그래도 2배 미만 종목은 흔치 않다. 
 
동양건설산업은 ‘파라곤’ 아파트로 유명한 기업이다. 전국 각지에서 좋은 분양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토목공사 비중은 20%에 그치며, 아파트 등 건축이 78%로 주력이다.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는 60위에 올랐다. 순위를 높이는 중이다.
 
비교적 관급공사가 많고, 아파트 시공은 경기도 하남, 동탄, 별내, 인천검단 등 수도권 사업장이 많은 편이다. 아직 서울로 진입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하남 파라곤 아파트에서 큰 이익을 올렸다. 올해도 관계사인 라인건설과 함께 1만355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7일에는 대구에서 대구안심파라곤 프레스티지 1순위 청약을 받는다. 
 
K-OTC 시총 1위기업인 SK건설도 매출이 9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710억원에서 2848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SK건설의 경우 현재 시총이 2조원을 넘어 다른 장외 건설사들에게 비하면 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장을 추진한 이력이 있어 그 기대감이 조금이라도 반영돼 있는 종목이다. 
 
또한 폐기물 처리사업 진출 선언에 이어 최근 태양광 발전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건설업에 갇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IBK투자증권은 주식시장 호황 덕분에 웃었다. 영업이익이 24% 증가했다. 수수료 수익이 많이 늘었는데 다른 부문에서 받쳐주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밖에 소형주들 중에서는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대우산업개발이 눈에 띈다. 지난해 서산에서 공급한 오피스텔 사기분양 송사에 엮이는 바람에 공사대금을 200억원 가까이 손실처리하면서 순이익이 64억원으로 줄어든 것이 흠이다. 다만, 대우자동차판매에서 떨어져 나온 후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결정한 것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처음엔 주당 100원을 배당하는 안을 올렸다가 주총에서 최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하며 나머지 주주들의 배당금을 230원으로 증액했다.
 
K-OTC에 등록되지 않은 기업 중애는 한국증권금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전년 1976억원이던 영업이익이 3491억원으로 급증, 웬만한 증권사들보다 나은 성적을 올렸다. 순이익은 1369억원에서 2559억원으로 거의 2배 늘었다. 
 
한국증권금융은 이에 힘입어 배당을 대폭 늘렸다. 연말에 100% 유상증자한 것을 감안하면 전년 배당(700원)을 유지할 경우 주당 배당금이 350원이었겠지만 550원을 배당한 것. 이렇게 증액했는데도 순이익 증가로 배당성향은 오히려 33.9%에서 28.8%로 떨어졌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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