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출렁임에 반응하면서 다소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02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 방침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미 국채 금리 상승세도 진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따라 국내 국고채 시장도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에 더해 국고채 수급 부담 우려도 일부 작용하면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리상승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 영향이 클 수 있어 국내외 국채시장 동향 등에 각별히 유의키로 했다.
23일 국제금융시장에 따르면 이번주는 미국 의회 청문회 등에서의 파월 연준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 발언, 향후 국채입찰 및 경제지표 결과 등에 따라 금리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과 전 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23일~24일 (미국시간) 하원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와 상원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재정정책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 등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더 나아가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는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지난 19일 연준이 시장 일각의 기대와 달리 SLR(보완적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1.75%를 한때 상회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반락하면서 약 1.69%를 기록해 고점은 낮췄지만 금리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유럽의 경제 봉쇄조치 강화, 미중갈등, 일부 신흥국의 인플레이션 및 외채부담 등도 추가적인 국제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과 옐런의 청문회와 국채 입찰로 변화폭 확대가 예상된다"며 "물론 금리 상승폭이 클 경우 매일 주요 인물들의 발언 톤이 비둘기적인 내용을 더욱 강조할 가능성도 있지만 국가별로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양극화할 경우 시장 변동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 경제가 강하게 반등하면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서 반대로 경기회복 속도가 더딘 취약국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때문에 달러 유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자 최근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 신흥국은 금리를 올렸다.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신흥국에 쏠리던 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면서 달러화 부채가 많은 국가를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신흥국들의 본격적인 긴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게 시장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미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고, 국가별로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 속도가 양극화할 경우 시장 변동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변동성은 국내 국고채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글로벌 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에 더해 국고채 수급 부담 우려도 일부 작용하면서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단기물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10년물~30년물 금리가 한때 역전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실제 전날 국고채 금리가 만기별로 등락이 엇갈리며 혼조세를 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미 국채금리 상승세가 진정되지 않을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이션이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움직여야 할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국내 경기회복은 느린데 미국 경기회복으로 시장 금리가 올라가면서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게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다. 또 국채가 각종 대출금리 등과 연관이 큰 만큼 채권시장을 주시해 향후 도미노처럼 영향을 끼치기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는 제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국내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자산 관련 인플레이션은 리스크가 크다"며 "정부가 금융시장을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지만 선제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때 불안요인을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또한 금리상승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있지만 그 영향이 클 수 있으므로 국내외 국채시장 동향 등에 각별히 유의하며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국고채 수급 여건과 수익률곡선 움직임 등에 따라 발행량을 탄력 조정할 것"이라며 "변동성이 더욱 확대되면 관계기관과 긴밀한 공조 하에 적기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하는 등 국채시장 안정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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