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KT가 갖고 있는 미디어 플랫폼·기술·고객 기반을 합치면 콘텐츠 사업에서도 돈을 벌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내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살펴본 결과 그 시점이 왔다."
KT가 'KT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투자·제작·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KT 산하의 스카이라이프·IPTV·현대HCN 등 유료방송부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즌, 음원 서비스 지니뮤직 등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에 스토리위즈·KTH·나스미디어 등 콘텐츠 기업까지 연결해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전략이다. 구현모 KT 대표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구현모 KT 대표가 23일 KT 미디어 콘텐츠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KT
KT는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KT그룹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출범한 KT 그룹의 미디어 전문 자회사 'KT 스튜디오지니'를 주축으로 원천 IP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자사 미디어 플랫폼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하겠다는 전략이다.
KT 그룹 미디어 콘텐츠 밸류체인. 자료/KT
KT 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전문 투자·제작·유통 법인으로 KT그룹 콘텐츠 사업을 총괄한다. KT 스튜디오지니가 웹툰·웹소설 법인 스토리위즈의 IP를 활용해 드라마·영화·예능 등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 실시간 채널 '스카이티브이(skyTV)'를 비롯해 인터넷(IP)TV인 '올레 tv', 유료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등 KT그룹 플랫폼에서 1, 2차 판권을 유통한다. 이후 KTH, OTT 시즌를 통한 국내외 후속 판권 판매와 지니뮤직 등을 이용한 콘텐츠 부가가치 창출도 계획 중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확대를 위해 오는 2023년까지 1000개 이상의 원천 지식재산권(IP)과 100개 이상의 드라마 IP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오는 3분기 내 공개를 목표로 첫 작품을 제작 중이다. 각 드라마 타이틀 당 최대 500억, 전체 규모로는 4000억 이상이 될 전망이다. 스토리위즈 창작자를 지원할 100억원 규모의 IP 펀드는 현재 투자가 80% 정도 진행이 됐다.
중장기 투자 규모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KT 임원들은 국내 최대 규모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 자신했다. 최근 국내 콘텐츠 기업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텔레콤과 웨이브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3000억원, 티빙은 4000억원, 넷플릭스는 5억 달러(한화 약 55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구현모 KT 대표는 "적어도 국내에 있는 다른 3, 4(3000억원을 투자하는 웨이브와 4000억원을 투자하는 티빙)보다는 많지 않겠나"고 귀띔했다. 구 대표는 "2023년까지 타이틀 100개로 썼는데, (각각 투자 규모가) 500억짜리도 있고 50억짜리도 있다"며 "KT 콘텐츠 사업이 경쟁력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기점까지는 충분히 견디고 지원할 것이라고 확실히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 구현모 KT 대표, 김철연·윤용필 KT스토리위즈 공동대표가 23일 KT 미디어콘텐츠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KT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전략도 공유됐다. KT가 현재 인수 진행 중인 현대 HCN을 포함하면 KT의 유료 방송 가입자는 13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생산하는 시청 데이터는 약 7000억건에 달한다.
강국현 커스터머(Customer)부문장은 "이는 단순한 시청률 정보가 아닌 어떤 장면에서 어떤 고객이 유입되고 빠져나가는지를 분석한 것"이라며 "이런 빅데이터로 콘텐츠 성공 예측 모델을 만들어 여러 작품에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 제작사들과 상생하는 위드 KT(With KT) 생태계도 조성할 계획이다. KT 스튜디오지니는 TV 플랫폼 수요가 있는 제작사와 협력하고 이들과 IP 및 수익을 공유할 계획이다. 김철연 스튜디오지니 대표는 "일반적으로 채널이나 플랫폼이 콘텐츠 IP와 2차 저작권을 모두 가져가고 수익만 나누는데, 저희는 IP 일정 부분을 창작자와 공유할 것"이라며 "이는 어떻게 보면 사업자에 대한 이후 사업의 공유다"라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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