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접종을 놓고 유럽이 혼란스럽다. 3월 중순까지 접종 된 1700만명 중 37건의 혈전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유럽 각국은 유럽의약국의 결정이 날 때까지 백신 접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AZ 백신과 혈전증과의 인과관계는 단 한건도 밝혀진 바 없다. 심지어 WHO는 AZ 백신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각 국에 빠른 접종을 권고하기까지 했다. 유럽에서는 매년 1000명당 1명에게 혈전증이 발생하며, 이 수치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주 당 최소한 100건 이상의 혈전 보고를 예상해볼 수 있다. 따라서 1700만 명 이상이 접종한 AZ 백신 사례에서 37건의 혈전이 발생했다는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중증환자는 이보다 10만배나 높은 확률로 혈전이 생긴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명백하다.
18세기말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법 실험을 시작으로, 인류는 천연두, 홍역, 유행성 이하선염, 루벨라, 소아마비 등의 질병을 거의 박멸 수준으로 통제하게 됐다. 백신은 수많은 저개발국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있다. WHO에 따르면 백신은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만 천만명이 넘는 생명을 살렸다. 생물학이 인류에게 준 단 하나의 선물이 있다면 그건 백신의 발견이다. 하지만 백신이 사회에 도입되는 과정은 언제나 험난했다. 제너의 우두 접종법은 영국에서 혐오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세계적 표준으로 만들었다.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며 백신은 치열한 종교적, 윤리적, 공중보건학적 논쟁을 겪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역사적으로 백신반대운동은 반제국주의, 여성운동, 생체해부반대, 채식주의, 조세저항, 우생학 반대 등의 정치적 구호와 연결돼 있었다. 백신에 대한 저항 뒤엔, 언제나 정치적 배후가 있었다.
작가 목수정은 페이스북과 몇몇 매체를 통해 백신에 대한 음모론적 시각을 퍼뜨리는 중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궁금증으로 오로지라는 필명의 작가를 만난 그는, 백신이 다국적 제약회사의 자본주의적 음모라는 신념을 갖게 됐다. 그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불만을 백신음모론으로 표현하고,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빌 게이츠 음모론으로 치환한다. 그는 “바이러스는 차단하는 게 아니라,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천연두 백신으로 아이들을 살린 인류의 노력을 조롱하는 발언이다. 이제 그는 “코로나 백신은 나치 인체실험”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는, 완벽한 백신음모론자가 되었다.
최근 그의 표적은 영국의 AZ 백신이다. 왜냐하면 그가 거주하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 백신에 대한 불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목수정은 작가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은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이라는 책이다. 하지만 그는 철저하게 자신의 음모론을 과학으로 포장하고 있다. 그는 백신음모론에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숨긴다. 따라서 그의 글에, 백신을 둘러싼 영국과 EU 사이의 국제정치적 갈등이 등장하지 않는건 자연스럽다. AZ 백신 접종을 일시 중지한 EU 국가들의 배후에는, 브렉시트로 EU를 탈퇴한 영국과 EU의 정치적 갈등이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은 국제정치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
뉴욕타임즈는, 이미 지난달부터 불거진 EU와 영국 사이의 백신 수급 논란을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이 갈등은 백신 생산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AZ사가 영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심각해졌다. 영국과 EU는 이미 한 달이 넘게 서로 백신 수출입을 두고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서로에게 백신국수주의를 버리라며 비난하고 있다. EU는 이미 몇 달전부터 AZ사에 계약을 이행하라며 압박하고 있고, AZ사가 EU보다 영국에 먼저 생산량을 공급하고 있다며 비난 중이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AZ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한 맥락도, 독일이 65세 이상에게 접종을 미루겠다고 선언한 것도, 모두 이 백신을 둘러싼 국제정치의 문제 속에서 읽어야 한다. 불과 며칠전에도 EU와 영국은 서로 양측에 백신 수출을 막은 적이 없다며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즉, 현재 우리가 유럽발 뉴스로 전해듣는 AZ 백신에 대한 뉴스의 배후엔, 과학보다 정치적 맥락이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목수정은, 백신을 둘러싼 이 국제정치적 맥락을 자신의 글 속에서 철저히 숨긴다. 왜냐하면 목수정은 정치적 맥락을 제거한 글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이루려 하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인류 모두가 목수정의 정치적 신념대로 백신을 거부하고 마스크 없이 코로나19에 맞서는 것이다. 치밀하게 정치적인 목수정은 정치적 맥락을 감추는 전략으로 백신음모론을 과학화한다. 그것이 바로 목수정이 뼛속까지 정치적인 이유다. 영국 챈텀 하우스 정책 연구소의 로버트 예이츠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은 성공하고 있으며 연대는 실패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은 과학자들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고 했다. 목수정의 정치도 그렇다.
김우재 초파리 유전학자(heterosis.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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