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관심을 모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 탓에 일정을 일주일 축소, 지난 11일에 마무리됐다. 예상대로 중국 공산당은 꿋꿋하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협력하자며 손을 내밀면서도 미국을 넘어서겠다는 2035년 계획과 그의 첫 5개년이 될 '14차 5개년 계획'을 통과시켰다. 반중국 인사의 출마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홍콩선거제 개편안도 예상대로 처리했다. 지난해 전인대에서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홍콩의 완전한 중국화 조치'를 속속 진행한 셈이다.
중국식 마이웨이는 장차 더 노골적이고 강도높게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는 중국식 마이웨이의 배경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자 시진핑 총서기의 장기집권 행보와 직접 연계돼있다. 이번 전인대 등 양회에서 특별히 언급되거나 가시화된 사안은 아니지만, 내년이면 시 주석의 10년 임기가 끝나게 되는데도 그의 후계는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이 사실은 일단 시 주석이 최소 한 차례 5년간은 더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해주는 방증이다.
양회 이후 중국에서는 굵직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특히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오는 7월로 예정된 100주년 기념식은 시 주석의 장기집권 포석을 공식화할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미국에 맞서게 된 G2를 넘어서는 초강대국 중국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시 주석의 성과로 치부될 것이다. 이어 10월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 6차 전체회의가 있고 내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다. 아직 시 주석이나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회 등이 최고지도부애 대한 후계구도를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한 번도 없다.
만일 시 주석이 1차 연임을 넘어 2차 연임에 성공한다면 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 전 주석 이래로 관행화되면서 구축된 중국 공산당 10년 지도체제가 깨지는 첫 사례가 된다.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장 전 주석도 10년을 넘어서는 집권 연장을 시도했다가 공산당 원로들의 반대에 막혀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에선 과거 장 전 주석을 견제했던 원로그룹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오쩌둥 주석은 문화대혁명 등 각종 오류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30여년에 걸친 마오쩌둥 일인독재의 폐해는 엄청났다. 그래서 덩샤오핑은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고 막후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면서 개혁개방을 진두지휘했고, 천안문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장쩌민 체제를 구축해서 후진타오 체제까지 이어지는 10년 집권체제를 완성하는 데 주력했다.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과감하게 추진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 약화되거나 무력화되었기 때문이다. 집권과정에서 터져 나온 보시라이 사건과 불발 쿠데타사건은 그의 집권에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던 장 전 주석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을 와해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자연스럽게 정치의 무게중심이 정치국 상무위원회라는 집단 지도부에서 시 주석 일인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격화됐던 미국과 중국의 대결구도도 시 주석의 지도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중화주의의 깃발을 더 높이 들어 미국에 맞서야 한다는 중국 내 국수주의와 마오이즘이 강화되면서 시 주석 개인에 대한 숭배 분위기도 고취됐다. 중국의 국가목표인 '중국몽'은 미국을 넘어서는 초강대국 실현이다. 신산업분야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초강대국 구상을 구체화시킨 프로젝트가 '2035년 계획'이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불가피해졌다는 논리다. 시 주석은 이를 이용해서 임기 10년을 넘어서는, 개혁개방 이후 신중국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5세대 지도자의 길을 가고 있다.
대외적으로 시 주석은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지 않는 단호한 자세와 더불어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할 수 있다는 유화적 태도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대해선 장차 정면충돌을 피하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우회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홍콩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 등 자국의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다는 결연한 입장이다. 군사적 충돌도 불사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노출하는 것이 중국의 이중전략이다. 시 주석의 걷는 길에는 여러 상수와 변수가 혼재하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팬더믹 상황이 가져올 경제침체 등의 부정적인 후과와 시 주석의 장기집권 구상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한 중국 인민 등 중국 내의 반응이 오히려 이상하다.
시 주석의 길이 세상을 편안하게 할지 아니면 기존질서를 뒤흔들어놓지 않을지 걱정이다.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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