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중대범죄수사청 신설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임한 이후 검찰 일부에서는 수사권 폐지에 반발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관련 법안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7일 "마약, 선거 등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고등검찰청 단위로 수사청을 만들어 기능을 유지하고, 일선 청에서는 수사 지휘와 기소만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며 "그동안 검찰의 원죄는 있지만, 국회에서 형사사법 시스템을 성급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경찰에게 과도한 권한을 가지도록 한다면 공룡 집단이 될 우려가 있다"며 "이에 따라 나중에 발생할 국민의 피해를 고려하면 국가적 에너지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는 검찰의 수사 지휘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이번 중수청 관련 법안은 설정부터 어긋났다고 보고, 급진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거론되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구체적인 방안이 없다"며 "중수청에 대한 찬반 양론을 나누는 것 자체가 성급한 단계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검수완박'이라는 슬로건만 나와 있을 뿐 이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검찰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사안은 차근차근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검찰 출신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자업자득"이란 표현을 써가며 현재 상황의 원인을 검찰 자체로 봤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수사권 분산 그 자체는 결코 반민주주의는 아니다. 국민이야 어디 가서 수사를 받던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그사이 검찰이 인권 옹호 기관으로 역할을 한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라고 반문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이 부분을 그대로 게시하고, 홍 의원의 전문을 공유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해당 글에서 "검찰이 문 대통령의 지시로 자행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 보복을 퇴임한 문 대통령에게는 적용하지 않을 것 같으냐"라며 "그것 때문에 당신들은 수술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자업자득"이라고 밝혔다. 또 "이제부터라도 말만 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거라"라며 "그것만이 당신들이 살길"이라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윤 총장이 사임한 4일 논평에서 "그동안 검찰 기득권을 축소시키려는 논의가 있을 때마다 사표를 내며 검찰 개혁에 저항하고, 검찰 조직의 무소불위 권한을 수호하려 했던 전직 검찰총장들이 있었다"며 "오늘 우리는 검찰 기득권을 위해 중도 사퇴한 또 한 명의 검찰총장을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4일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 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사퇴했다.
이에 대해 장진영 대전지검 천안지청 검사는 같은 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세월호 관련 사건이나 중대 재해 사건, 대기업 금융 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에서 수사, 기소, 공소유지 분리가 됐다면 과연 제대로 된 사법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며, 그 분리로 인해 그야말로 어떠한 사법 정의나 사법 절차의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검찰 개혁의 시발점이자 핵심 쟁점이었던 정치적 중립과 독립 문제는 어느 순간 종적을 감췄고, 현 총장님이 과도하다고 비춰질 정도로 제대로 된 정치적 독립과 중립 의지를 보여주신 결과 격려나 포상은커녕 아이러니하게도 검찰청 폐지, 중수청 설치란 어처구니없는 법안까지 발의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노산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 검사는 "현재 중대범죄로 취급해 수사 중인 월성 원전 사건, 라임·옵티머스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해 수사를 전면 중단함은 물론 현재 재판 중인 조국 전 장관과 그 가족 등의 사건, 울산시장 하명 수사 사건 등에 대해서도 모두 공소를 취소하면 저희 검찰을 용서해주시겠나"라며 중수청 설치를 지지하는 취지로 말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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