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중수청 설치 필요성 의문…신중히 검토해야"
변협도 "권력 견제 기능 잠식…법안 반대"
2021-03-04 17:55:45 2021-03-04 17:55:4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입법 추진에 반발해 사임에 이르도록 한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 법조계에서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4일 논평에서 "수사권 남용 통제 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상당한 규모의 수사기관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원칙을 지키는 신중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6대 범죄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간명한 방법이 있다"며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중수청이란 비대한 수사기관을 반드시 새롭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원칙적으로 모든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고, 비대해진 경찰 권한은 자치경찰 전면화 등 경찰권 분산과 수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과감한 경찰 개혁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물론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 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경찰에 모든 수사 권한을 갑자기 몰아주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수청이란 고육지책에 이른 고민도 이해한다"며 "그러나 수사·기소를 분리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서 중수청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올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이후 그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란 권력기관 개혁의 합의 과정에서 중수청 도입은 심도 깊게 논의된 바도 없다. 이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최근 논의 과정을 보면 여당은 중수청 연내 도입에 급급해 충분한 연구·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수청 법안이 권력 비리 등 중대범죄 수사 능력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권력에 대한 견제 기능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의해 수사기관을 잇달아 설치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권익 보호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권력층에 의한 부패와 비리 척결, 정의 실현에도 반하는 것으로 중수청 설치 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의 수사권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이미 대폭 축소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검찰의 6대 중대범죄 수사권마저 중수청으로 이관한다면 이는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 검찰을 해체하는 것으로, 검찰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떠한 개혁 입법도 인권 옹호란 큰 틀 안에서 진정한 국민의 권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중수청 설치가 강행된다면 우리 국민은 시행된 지 불과 2개월 남짓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가동에 적응할 여유도 없이 또다시 바뀐 법과 제도로 형사사법체계에 큰 혼란을 느끼게 될 것이며, 진행 중인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좌초되는 등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쳐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황운하 의원의 대표발의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개 범죄를 전담하는 별도의 중수청을 신설하고, 검찰은 직접 수사 기능이 없는 공소유지 전담 기관으로 만드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가운데) 의원과 신영무 바른사회운동연합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국회민원지원센터에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검찰청 폐지 입법 추진 반대' 국회 청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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