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외화보험 '환테크' 주의해야
2021-02-03 15:27:53 2021-02-03 15:27:53
"달러보험으로 환테크 하세요." 
 
'외화보험'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이 달러, 위안화 등 외화로 이뤄진 상품이다. 불안정한 경기 속 외화자산을 찾는 금융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외화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외화보험 누적 판매금액은 3조2000억원을 상회한다. 2017년 3230억원, 2018년 6830억원, 2019년 9690억원, 2020년 상반기 758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년 6개월 간 연평균 73.2% 증가했다. 누적 판매량만 19만건을 넘는다. 
 
외화보험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를 비롯한 외화로 자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위험 분산 효과를 볼 수 있다. 대부분 원화 보험 상품이나 시중은행의 예금보다 이율이 높게 책정 돼 고이율 자산운용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5000만원 이하의 불입액에 비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과거엔 주로 외국계 보험사에서 판매했으나, 최근엔 국내 대형 보험사들도 영업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상품 적립금을 미국 회사채 등에 투자해 환급금의 기대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환율·금리 변동위험에 대한 설명 없이 외화보험을 환테크 수단으로만 판매하는 불완전판매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테크란 환투자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외화자산을 활용해 환율변동에 따라 환차익을 노리는 게 골자다. 즉 달러 약세장에 달러를 샀다가 달러 강세일 때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는 의미다. 최근 달러 약세장이 이어지면서 환테크를 강조한 외화보험 판매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외화보험은 환테크 수단으로 적절치 않은 금융상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입 이후 환율이 하락할 경우 계약 해지 외에는 환율변화에 대처할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중도해지 시 원금 손실 위험도 크다. 환차익뿐만 아니라 환차손도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일본의 경우 외화보험 관련 민원이 8년 동안 4.7배 증가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외화보험을 두고 재차 경고를 보내고 있다. 불완전판매를 우려해 지난해 하반기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를 내렸다. 조만간 과당 경쟁에 대해서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금리 경쟁력이 큰 금융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눈을 돌리자 투자상품으로 둔갑한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피해자가 없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권유승 금융부 기자 k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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