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논란과 관련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또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규제가 중심인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설 연휴 전 특단의 공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라인 병행 신년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이같이 밝혔다. 당초 예정된 100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현장 참석자는 20명으로 제한했고 100명이 화상연결로 참여했다. 사전각본 없이 문 대통령이 직접 질문자를 지명하고 질문에 즉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회견의 첫 질문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이었다. 잠시 숨을 고른 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수감돼 있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태"라면서도 "국민들이 사면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이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국민 눈높이'가 최우선 기준임을 분명히 했다. 다만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임기 내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울러 국정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그동안 부동산 투기(억제)에 역점을 뒀지만 결국 부동산 안정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기존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설 연휴 전 공공 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택지 개발 등의 내용이 담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공급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늑장확보 논란에 대해선 "접종의 시기와 집단면역의 형성 시기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결코 늦지 않고 오히려 더 빠를 것"이라며 2월부터 무료 백신접종을 시작해 9월까지 1차 접종을 마치고, 늦어도 11월에는 집단면역이 완전히 형성될 것으로 자신했다.
백신의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도 "처음 개발하는 백신이기 때문에 여러 백신을 고르게 구입해 위험도를 분산시켰다"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백신의 안전성을 다시 심사하고, 만약 통상의 범위를 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질 것이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이밖에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대립하며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도약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두고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한편 기자회견은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정인이 사망사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에 한 차례 출렁였다. 문 대통령은 해당사건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면서 "입양 부모의 경우 마음이 변할 수 있어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아이랑 맞지 않을 경우 바꾼다든지 하는 방식"을 재발 방지대책으로 언급했다.
이에 야당에서는 "정인이 사건 방지책은 결국 '교환 또는 반품'인가"라며 "입양아를 물건 취급하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입양이라는 것은 아이를 골라 쇼핑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반발이 쏟아졌다.
결국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말씀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 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에서 법제화된 '사전위탁제도'는 입양아동이 '적절한 기간' 동안 예비 양부모와 함께 공동생활을 할 것을 규정하는 내용이다. 시범기간을 거쳐 입양부모의 적격여부를 심사하고, 상호 가족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한국에도 '입양 전제 가정위탁제'라는 유사한 제도가 있지만, 법적으로 정식 규정된 절차는 아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위탁제도를 전제로 이야기 한 것으로, (발언이 생략되면서) 오해의 소지가 생긴 것 같다"면서 "대통령의 입장은 무엇보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주재하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논란’과 관련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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