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신병남 기자] 임대료를 낮춘 상가임대인에게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추진되면서 금융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계약과 관계 없는 제3자인 금융기관에 임대료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반시장적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으로 이미 부실 위험이 커진 상태에서 이번 방안이 도입되면 리스크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대인이 법을 악용하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착한임대인 운동' 동참 시 임대인에게 대출금리 인하 요구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사진은 인천시 서구 청라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임대료 감면에 대한 감사를 담은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8일 국회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최근 상가임대업자가 임대료 인하 시 이에 상응해 금융기관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 등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자영업자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부담 항목이 임대료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 시 제공하는 세액공제 혜택의 실효성이 부족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전 의원은 "상가임대사업자가 임차인에 임대료를 인하해주더라도 부동산 매입 등에 따른 대출 금리는 그대로 유지돼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임대사업자가 금융기관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소상공인 영업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당장 '반시장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사적 부동산 계약과 연관 없는 금융기관이 임대료 부담을 떠안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자발적으로 시작한 '착한 임대인' 운동이 대출 금리인하요구권와 맞물리면서 취지가 변질된 게 아니냐는 목소리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은 바람직하지만 그 책임을 금융회사로 돌리는 것은 반시장적"이라고 밝혔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소폭이라도 금리 인하 요건이 늘어나는 것은 부담"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으로 부실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까지 전가될 경우 리스크 위험이 가중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 여파로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를 올해 9월 말에서 내년 3월로 미뤘다. 내년 유예 조치가 일시에 끝날 경우 부실 채권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충당금을 쌓고 있더라도 한번 뇌관이 터지면 부실의 전이가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그 여파가 금융권 전체로 퍼질 수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 부담을 높이는 정책이 이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임대인이 법안을 악용하는 부작용도 예상된다. 통상 금리인하 요구의 수용은 차주의 총체적인 신용을 평가해 결정하는데, 임대료를 인하했다는 사실만으로 대출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오히려 이 조건을 이용해 혜택을 보려는 임대업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실제 임대료를 낮춰주지 않고도 이면 계약을 통해 대출 인하 혜택을 보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2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요구권 수용은 복합적인 판단이 필요한데 임대료 인하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금리를 낮추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득상승, 신용등급 상향과 같이 구체적인 감면 조건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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