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코로나19 시대 행복은 집 안에 있다
2020-12-16 06:00:00 2020-12-16 06:00:00
올해가 이제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아쉬움이 가득하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더욱 그렇다. 작년 말 배치된 새 부서 생활을 통해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얘기, 초여름 걸음마를 시작할 아이와의 나들이 등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상상이 대부분 머릿속에만 남아 있게 돼서다.
 
아마 상당수 사람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게 혼자만의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듯하다가 확대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상황은 아쉬움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더한다. 연말 해맞이 명소의 숙소 예약이 이미 꽉 찼다는 소식과 주말 길게 줄을 늘어선 스키장 사진은 절망스러움 마저 느끼게 한다.
 
연초 신천지발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우리 사회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였다. 소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면서 마스크 제조업체와 판매를 하는 약국, 감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소비자를 비롯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고통을 받았다.
 
다행히 정부의 투명하고 치밀한 대응과 의료진의 희생, 누구보다 빠르고 뛰어난 기술로 진단키트를 만들어 낸 기업, 자발적으로 마스크 양보 운동과 방역 수칙 준수에 동참한 시민의 힘이 모여 공포와 혼란을 잠재웠다.
 
이후 '이태원 발' 확산이 있었지만 충격이 크지 않았고 그렇게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시간이 가까이 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8·15 광화문 집회'를 기점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2차 대유행이 나타났다.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이 일어나면서 1차 때보다 우려가 컸다.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됐고 대기업도 피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힘겨운 상황이었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힘이 다시 한번 이겨냈다.
 
위기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 다시 고비를 맞았다. 앞선 두 번보다 더욱 험난한 상황이다. 감염이 산발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방역 당국의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고 통제·관리도 그만큼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예측과 대응도 어렵다. 정부가 사회·경제적 피해가 극심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보여준다.
 
만약 이번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거리 두기 3단계로 활동이 일부 제한되는 것을 넘어 자유로운 외출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암울한 미래를 피하기 위해서는 앞선 두 번의 위기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강력한 시민의 힘이 더 간절하게 필요하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나 하나로 인해'란 생각이다. 가족이나 지인 등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하게 해주고픈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1년 가까이 참았는데 연말에 한번은 그럴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1년 내내 한계를 넘어서는 희생과 노력을 하는 의료진, 방역당국자들에 비하면 지인과의 만남을 미루고 며칠 집에서만 지내는 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도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사람이 북적북적한 곳을 돌아다니며 놀았다는 것은 재미난 추억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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