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사람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한국을 다녀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무거운 직함과 어울리지 않게 닭한마리 요리를 좋아한다고 해 새삼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뜨끈하고 담백한 닭한마리를 좋아하는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며 '비건 맛집이 어디냐'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 2년 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실무협상을 총괄하며 북측과 협상한 경험을 통해 차기 행정부에 해줄 조언으로 '인간적 교류'를 꼽았다. 그는 "여러 제약조건이 있지만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진정성도 있었다"며 북측 인사들의 '인간적 면모'를 강조했다.
정상 간 직접 만나 담판 짓는 '탑다운(top down·하향식)' 협상 방식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케미'를 자랑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관료로 일했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의 교훈으로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꼽은 점도 눈길을 끈다. 북측 협상팀에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보니 정상회담 전후 실무급 접촉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논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는 "북측 카운터파트들이 이것을 배우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당부도 남겼다.
체제도 다른 북측의 변화를 당장 우리 의지대로 이끌어내기는 어렵지만, 임해야 할 자세는 분명한 듯하다. 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협상 방식으로 '바텀업(bottom up·상향식)'과 탑다운의 절충형을 주문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을 지낸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선 소위 바텀만 해서 업이 안 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탑 레벨에서 한 어마어마한 약속들이 정작 실무적으로 지켜지지 않아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그 틈새에 한국의 역할이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한국이 역할을 하기 위해 선행해야 할 점이 바로 첫 번째 조언이 아닐까 싶다. 정확히는 국내에서 정치적 이유로 오랜 기간 이어졌던 '반공주의'에 따른 '북한 악마화'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이제는 정치 성향과는 상관없이 매듭짓는 일일 것이다.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이기도 한 남측에서 적대감과 대결 구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높게 나오는데, 하물며 약 20년 전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3대 '악의 축'으로 지정한 이래 세계의 주적이 된 북을 바라보는 주변국의 불신을 극복하기 쉬울 리 없다.
최서윤 정경부 기자(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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