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데이터의 진실, 방역이 경제를 좌우한다
2020-12-11 06:00:00 2020-12-11 06:00:00
코로나 겨울 대유행이 미국, 유럽 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하면서 왜 진즉에 일찍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강화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11월초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자 일부 전문가들은 방역 단계를 애초 정한 기준보다 선제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3단계로 발령하던 것을 1~3단계 안에 1.5단계와 2.5단계를 두는 식으로 세분화해 대처하는 전략을 취했다. 그리고 2단계에서 하루빨리 2.5단계로 올려야 하다는 지적에는 ‘2단계+알파’ 식으로 단계를 올리지 않고 특정 부분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방역 단계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국민이 쉽게 지침을 지키는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하거나 경제와 방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방역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 들어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지 않고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고 있는 시점에서 11월에 있었던 방역 조치를 평가하면 물론 당시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방역이냐, 경제냐는 우리만 겪는 선택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공통적으로 겪는, 풀기 어려운 딜레마다. 코로나 대유행을 맞아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은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로 생계를 꾸리는 두 아들을 둔 노모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방역과 경제는 따로 분리해 대책을 마련할 사안이 아니라고 한다. 즉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역에 실패하면 경제는 불 보듯이 분명히 엉망진창이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을 살펴보면 코로나가 창궐한 나라와 지역은 거의 대부분 경제 성적표가 나빴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4%의 역성장으로 잡았다. 유럽 지역이 –8.3%로 가장 나빴고 이어 –8.1%로 예측한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연안 국가, -4.1%의 중동·중앙아시아 국가, -3.0%의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 -1.7%의 신흥시장국과 아시아 개발도상국 순이었다. 이는 코로나 유행 정도와 경제 성적표가 완벽하게 일치함을 보여주는 분석이다.
 
이를 몇몇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아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IMF의 10월 세계경제전망에 나타난 국가별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와 월드오미터스에 나타난 인구 당 누적 확진자수(11월말 기준)를 필자가 직접 계산해 미국, 유럽국가 등 8개 관심 국가들을 비교분석해보았다. 경제 성적표는 영국>캐나다>독일>일본>미국>호주>한국>대만 순으로 저조했다. 인구 당 누적 확진자는 미국>영국>독일>캐나다>일본>호주>한국>대만 순으로 많았다. 확진자 수가 가장 많으면서도 경제는 그런대로 선방하고 있는 미국만 약간 예외적인 모습을 보였을 뿐 방역과 경제는 한 몸이라는 사실이 국가 단위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런 객관적 통계와 국제기구의 분석을 토대로 한다면 방역이냐, 경제냐의 논쟁은 필요하긴 하지만 너무 과도하게 벌이거나 심각한 갈등으로 확대할 문제는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방역을 잘 하면 경제는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따라서 방역 강화로 짧은 기간 동안 벌어질 불편과 경제 악화를 인내하고 견뎌내기만 하면 나중에 더 큰 보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방역이 무너지면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진다. 코로나 환자가 병원 문턱도 못 밟고 죽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경우 그 사회에는 공포와 불안이 짙게 드리우게 된다. 각종 루머와 가짜뉴스가 정보전염병이 되어 ‘탈 진실 사회’를 이끈다. 혼돈이 혼돈을 낳는다. 경제가 무너지고 민심이 흉흉해진다. 시위는 물론이고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감염병의 역사에서 물론 아주 오래 전 일이기는 하지만 러시아, 영국, 독일 등에서 콜레라 대유행으로 인한 폭동과 진압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겨울 대유행의 시작과 함께 코로나 백신 접종이 8일부터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이  미국, 서구 등에 견주어 코로나 백신 혜택을 받는 순위는 밀리겠지만 몇 달을 더 참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서 대유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월부터는 우리도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하니 12월과 1월을 잘 버텨내면 꽃피는 봄에는 희망이 찾아오지 않을까.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jjahnpark@hanmail.net)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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