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배터리사업이 새로운 장도에 올랐다.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이 창립 주주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함으로써 LG화학으로 분리독립하게 됐다. 1995년 배터리 개발을 시작한 지 25년 만에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한국 오창을 비롯해 국내외 사업장에 임직원 약 2만2000명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 13조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2024년에는 30조원을 넘길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수주잔액만도 150조원이 넘는다고 하니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물의 이치상 양적인 축적은 질적인 변환을 가져온다고 한다. 그런 법칙에 의거해 볼 때 이런 정도의 매출 규모와 임직원을 거느리고 있다면 분리독립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LG는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중국의 CATL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전세계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의 22.9%를 차지해 간발의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1위 자리를 주거니받거니 한다. 중국 업체는 큰 내수시장의 뒷받침을 받고 있다. 반면 LG의 경우 그런 배경이 약하다. 그럼에도 밀리지 않고 있으니 더욱 장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최근 잇따라 일어난 사고 때문에 다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배터리가 분사하기 전 LG화학에서 생산된 LG 배터리는 국내외에서 연이은 화재사고를 겪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독일에서도 LG 배터리를 실은 전기차에 대해 리콜(시정조치)에 들어갔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국내외에서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코나EV)' 7만7000여대에 대한 대규모 리콜에 돌입했다.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2017∼2019년 사이 생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 6만8000여대에 대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명령으로 리콜 결정을 내렸다. 독일의 오펠도 2017년부터 2020년 사이 생산된 전기차 '암페라-E' 550여대에 대한 리콜을 실시한다. 리콜되는 전기차는 다 합쳐 15만대에 육박한다. 모두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LG배터리 품질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 의구심이 더 깊어지고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테슬라, 폭스바겐그룹, 르노그룹,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LG의 고객이다. 이들과의 신뢰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의 장래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가에 따라 달려있다.
그러므로 그간의 성취에 마냥 취해 있거나 새 법인을 설립했다는 자축 분위기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는 데 우선 힘써야 할 듯하다.
새 배터리회사를 '떠나는 LG화학'이라고 한다면, '남아있는 LG화학'도 걱정거리가 많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안전사고 때문에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충남 대산 사업장에서는 지난 1월에 이어 5월19일에도 폭발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직원 여러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인도 현지법인 공장에서도 지난 5월7일 가스누출로 12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이렇게 연이어 발생한 사고로 말미암아 LG의 품질관리나 안전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사고뭉치'라고 낙인찍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난해 곳곳에서 일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의 '추억'도 아직 선명하다. LG화학 제품 가운데 사고 없는 온전한 것이 과연 있기나 한지 묻고 싶어진다.
사실 이렇게 여러 제품과 사업장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기도 쉽지 않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옛말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그런 옛말은 사람의 힘이 자연의 힘에 비해 약할 때나 어울린다. 거대한 자본과 설비는 물론이고 우수한 인재까지 보유하고 있는 재벌기업에는 적용될 수 없다. 그런 사고 없이도 잘 운영되는 재벌 사업장도 많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요즘 주목을 받는 ESG평가에서도 저조한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발표하는 평가에서 LG화학은 환경경영(E) 부문 C 등급을 받았다. 그것도 2년 연속이다.
결국 LG화학에서 떠나는 자나 남는 자 모두 많은 허점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근사한 겉모습과 달리 안으로 좀먹게 하는 요인이 많음을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양자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사고와 과오를 되풀이하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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