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이 운영해온 가게를 접었다. 수년간 청춘을 바치며 쌓아온 고객과 거래처도 코로나19 사태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정산하니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고, 버려진 잡동사니가 나뒹구는 그의 가게에는 옆 점포와 마찬가지로 '임대문의' 팻말이 걸렸다. 앞으로 먹고살 길을 걱정하는 그에게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정치권에서 '3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3~4조원 사이 규모로 연말에 편성해 연초에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정된 재원과 국가부채 우려로 이번에도 '선별지급'이 유력하다. 정부여당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피해집중 취약계층'에게 실효적인 지원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쉽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와 국회예산정책처 발표 등에 따르면 지난 5~8월 보편지급된 1차 재난지원금(14.3조원)으로 최대 1.81배의 생산유발효과가 나타났고 올해 2분기 분배지표도 크게 개선됐다. 모든 계층의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1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늘어나면서 소득격차가 줄었다.
반면 9~10월 선별지급된 2차 재난지원금(7.8조원)은 그 효과가 다소 미미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됐지만 소비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소득격차는 늘었다. 특히 공적이전소득은 1분위(15.8%)나 2분위(27.5%) 등 저소득층보다 4분위(63.5%)와 5분위(40.3%) 등 고소득층 증가폭이 훨씬 컸다.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이 중간에 '임대료'로 이름만 바꿔 건물주에게 직행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런데 과연 3차 재난지원금이 끝일까. '코로나 확산->거리두기 강화->취약계층 피해->재난지원금 지급'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에 내년에도 추가 재난지원금 논의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땜질식 재난지원금 편성이 아닌 '기본소득'을 논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야 정치권이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고 접근도 어려운 각종 '현금성 복지'를 전면 재검토하고, 그 재원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 논의를 추진했으면 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일자리 감소에 대비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사회구조 전반이 허약해지고 국민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핀셋 지원'은 그 한계가 명확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 또한 모든 국민이 내는 세금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사회적 갈등과 비용만 키울 뿐이다.
이성휘 정경부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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