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를 상품이 없어” 외면받는 임산부 농산물 꾸러미
수천명 미주문에 돌아선 엄마들까지…서울시 "제도 허점탓"
2020-11-05 15:53:00 2020-11-05 15:53: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의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배달 사업이 대상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신청이 조기 마감될 정도였는데도 여전히 수천명이 주문하지 않고 있다. 일단 주문해본 엄마들조차도 좀처럼 추가 주문을 하지 않고 있어 부족한 품목 다양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월15일 현재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사업 대상자 1만8230명 중 미주문자 수가 3113명으로 17.07%를 차지했다.
 
보조금 집행 현황은 더 지지부진하다. 현재 집행률 49.5%로 목표치 95%의 절반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주문자들 역시 상당수가 음식을 배달시킨 다음에 추가 주문을 예상보다 덜한 것이다.
 
이같은 수치들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당초에 정책 수혜자가 너무 적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상자가 기준 연도인 지난해 신생아 5만3700명 중 3분의1에 불과해 나머지 임산부들의 기회가 없어진다는 내용이었다.
 
본인이 9만6000원을 부담하면 최장 12개월간 최대 48만원의 농산물과 축산물 등을 수령할 수 있어 인기가 많은 사업이었다. 지난 7월6일 접수 시작 이후 1개월도 안돼 신청이 대부분 마감될 정도였다.
 
따라서 서울시는 오는 2021년 대상자를 기준 연도의 절반인 2만6850명으로 늘리고 올해 대상자의 잔여 물량도 지급하는 등 예산을 크게 증액한 상태다.
 
열광적으로 신청했던 엄마들이 돌아선 데에는 부족한 품목 다양성이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시작 이후 선택 가능한 식품이 많지 않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 중에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유식에 다양한 식재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엄마가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서울시는 꾸러미 공급업체 현장점검을 나가 위생과 품질만 살피는 게 아니라 업체들에게 품목 다양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 4일 자치구 및 공급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내 주문 부진 사유, 사업 결과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친환경 인증 과일류 및 공급물품 보완 등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협조 사항 중에는 △20만원 미만 주문자 △미주문자 중 온라인쇼핑몰 회원 △미주문자 중 온라인쇼핑몰 비회원에게 사업 참여 포기 여부를 물어보는 내용도 있다. 주문자 1만4513명 중에서 20만원 미만 주문자는 75%인 1만968명에 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앙정부 지침이 축산물 비중을 제한하는데다 올해 재해 때문에 농산물이 덜 공급되면서 다양성이 줄어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 건의로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0월15일 현재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사업 대상자 1만8230명 중 미주문자 수가 3113명이었다. 사진/성동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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